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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위기의 창원아시아미술제

줄어든 예산, 사라진 정체성

  • 기사입력 : 2018-06-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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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에서는 매년 ‘창원아시아미술제’가 열린다. 창원미술청년작가회의 주도로 창원, 아시아 각국 청년 미술가들이 참여해 작품을 선보이는 국제미술행사로 22년 역사를 가진 뿌리 깊은 미술제다.

    하지만 미술제를 아는 시민은 그닥 많지 않다. ‘공감, 공간’을 주제로 열린 올해 창원아시아미술제는 관람객들로부터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지난 4일 조용히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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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제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내외부적인 각종 어려움으로 존폐 기로에 서있다. 창원아시아미술제가 봉착한 어려움을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창원아시아미술제는= 창원아시아미술제는 현재 창원지역에서 열리는 ‘유일한 청년미술제’다. 지역 청년작가들이 직접 기획, 참여해 만들어가는 전시는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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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신은 1996년 시작된 용지야외미술제다. 창원시의 용지거리문화축제 일환으로 열렸던 용지야외미술제는 당시 20~30대 지역 청년작가들이 용지호수공원 일대에서 다양한 미술작품을 선보인 실험적인 전시였다. 창원미술청년작가회(이하 창원청작)도 용지야외미술제를 기획, 준비하기 위해 이때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행사는 회화 외에 다른 장르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지역 청년작가들이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던 상황에서 야외공간을 활용해 설치 중심의 새로운 장르 미술을 선보여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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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지야외미술제는 2002년까지 열린 후 2003년 청년미술제로 이름을 바꿨다. 야외전시장에서 벗어나 실내전시실을 활용해 좀 더 많은 작품을 보여주기 위한 변화였다. 다음 해인 2004년 처음으로 명칭에 아시아가 포함된 아시아청년미술제가 열렸고, 2006년 아시아미술제, 2008년 창원아시아미술제로 명칭을 바꾼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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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난관, 예산= 창원아시아미술제는 2005년부터 주관단체에 창원미술협회가 포함되면서 몸집을 키우기 시작했고 2008년 창원아시아미술제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부터는 비엔날레 형식의 대규모 미술제로 발전했다. 국내 유명한 기획자와 작가들이 참여하면서 전국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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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행사는 예산이 줄어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산은 창원시와 경남도에서 1:1 비율로 지원하고 있는데 2010년을 전후로 1억여원에 이르던 것이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줄어들었고 지난 2014년 홍준표 도지사 취임 이후 문화예술분야 예산이 20% 이상 일괄 삭감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2016년에는 또 한 번 예산이 대폭 삭감돼 외부 기획자를 초청하는 방식을 버리고 지역 청년작가들이 직접 기획자로 나섰다. 이후 예산이 회복되지 않으면서 행사 규모가 매년 축소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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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아시아미술제의 올해 예산은 3000만원 선이다. 2016년과 지난해 4000만원에서 올해 또다시 삭감돼 역대 최저 금액으로 행사를 치렀다. 지난해 열렸던 공연이나 교육프로그램도 예산 부족으로 진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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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전시 기획을 맡은 박도현 창원청작 회장은 “참여 작가들에게 일반적인 기획전시에서 지급하는 금액의 3분의 1 수준밖에 못 줬다. 사실상 열정페이고 재료비는 못 준거나 마찬가지다. 인맥으로 작가들을 섭외하고 참여를 부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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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미술제라 해외작가의 참여가 필수지만 그들을 초청할 경우 교통비, 숙식 등 체류비, 재료비, 작품 운송비 등 비용 부담이 훨씬 높아진다. 지난해 예산 문제로 해외 초청작가의 수를 줄였는데 올해 경남도에서 해외작가 숫자가 적어 아시아라는 타이틀에 적합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박도현 회장은 “올해 해외작가 4명은 작품을 거의 직접 가지고 왔다. 작품 하나당 운송비만 편도로 100만원 선이라 일부만 운송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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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정체성, 정체된 단체= 창원아시아미술제는 예산 삭감으로 인해 흐름이 끊어지면서 그간 힘들게 일궜던 정체성이 상실됐다.

    용지야외미술제 기획위원, 창원아시아미술제 기획자로 참여했던 황무현 마산대 교수는 “처음 창원아시아미술제를 시작할 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익숙한 중앙이라는 개념에서 탈피한 변방, 주변으로서의 아시아였다. 미술계에서 중심은 항상 유럽, 서구쪽이고 아시아는 변방으로 취급된다. 창원 또한 비수도권 지역으로 국내서는 주변에 속해 이곳에서 아시아와 주변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의미 있다고 봤던 것”이라며 “지금은 전시에서 이런 이야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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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창원아시아미술제는 그간 참여했던 창원미협이 빠지고 다시 창원청작이 주관단체가 되면서 ‘청춘’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발굴했다. 지역과 아시아의 청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청춘본심’, ‘옴의법칙’이 결과물이다. 하지만 올해 창원청작 임원진이 바뀌면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했다. 작가들 개별 작품은 흥미로웠으나 콘셉트가 불명확한 전시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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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특별전시 기획자로 참여했던 김재환 도립미술관 학예사는 “창원아시아미술제는 국제 미술행사 타이틀을 가진 전시이기 때문에 아시아라는 색채가 명확해야 하고 전문 기획자는 필수다. 하지만 예산 때문에 전문 기획자를 섭외하지 못하고 창원청작 회장을 맡은 사람에 따라 새로운 전시가 열리니 방향성을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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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청작이 지나치게 정체돼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창원미술청년작가회는 현재 50여 명의 회원이 소속돼 있지만 미술제를 기획, 준비하는 운영위원은 5명 내외에 불과하다. 회원들이 대부분 강사, 아르바이트 등 생업을 이유로 시간을 내기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소수의 인원이 큰 미술제를 끌고 가다 보니 인력이 부족해 전시 외에 홍보 등 다른 영역은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특히 20대 젊은 작가들은 단체에 잘 유입되지 않고 있다. 매년 창원대를 비롯해 경남대, 창신대 등 지역 미술대학 졸업생이 수십명씩 배출되고 있지만 청작에 유입되는 인원은 극소수다. 창원청작이 창원의 청년 미술인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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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파구 어떻게 찾을까= 관계자들은 가장 시급한 해결책으로 ‘운영위원회 설립’을 꼽는다. 미술제를 매년 안정적이고 조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상시기구인 운영위원회의 설립이 필수라는 것.

    2016, 2017년 창원아시아미술제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심은영 작가는 “운영위원회가 절실하다. 할 때마다 색이 다른 전시를 해나가는 형태로는 연속성을 확보할 수 없고 미술제의 역사성도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전의 선배들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지만 실패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지만 미술제가 역사성과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분명 관심을 갖는 지역청년작가나 기획자들이 있다. 이들을 적극 발굴해 주요 인력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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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적으로 아시아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환 학예사는 “지금 행사는 아시아라는 타이틀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내용과 형식을 갖춘 국제 미술행사로 가는 것이 어렵다면 청년에 방점을 찍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약간의 변화가 아니라 혁신을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황무현 교수는 “집행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용지야외미술제가 첫해에서 끝나지 않고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집행부가 여기저기 다니면서 행사 홍보해서 예산을 따온 덕분이었다. 선후배를 많이 만나고 시·도 관계자도 만나 행사의 의미와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관심도 필요하다. 용지야외미술제 시절부터 창원아시아미술제 사무국에서 실무를 맡았던 하춘근 경남문예진흥원 부장은 “지금은 정해진 규정 없이 매년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방식이라 불안정하다. 창원아시아미술제는 지역성을 갖고 있으면서 젊은 미술인들과 기획자 같은 전문인력을 발굴할 수 있는 소중한 장이다. 창원시에서 행사의 성과와 의미를 인지해 발전 방향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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