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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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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386)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56

“나 사랑할래요”

  • 기사입력 : 2018-07-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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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는 과일을 잔뜩 사가지고 왔다. 김진호는 산사가 사온 자두와 체리를 먹었다. 체리는 외국에서 수입해 온 것 같았다. 소파에 앉아서 자금성과 13릉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특히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도둑 출신이다 아니다, 김용이 쓴 무협소설 <의천도룡기>에 주원장이 나오고 명교가 변하여 명나라가 되었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라고 시언이와 준희가 논쟁을 벌였다. 하루 종일 유적지를 돌아본 탓에 산사의 가족들에게는 즐거움과 피로감이 함께 묻어 있다.

    “저녁 어떻게 했어요? 저녁 차려요?”

    산사가 김진호에게 물었다.

    “아니야. 라면을 먹을래.”

    라면은 한국회사가 중국에 진출하여 생산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추었기 때문에 맛이 다르다. 그러나 김진호는 한국에서 라면을 가지고 왔다.

    “우리 신랑이 청소를 깨끗하게 했네. 내가 라면 끓여 줄게요.”

    산사가 깨끗해진 거실을 보고 좋아했다.

    “우리만 놀아서 미안하네.”

    산사의 어머니도 미안해했다.

    “괜찮습니다. 저도 잘 쉬었습니다.”

    김진호는 손수 냄비에 물을 붓고 라면을 끓였다.

    시언이와 준희가 라면을 먹겠다고 달려들었으나 반도 먹지 못했다.

    “아유 매워!”

    시언이 휘휘 손을 내저었다. 준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김진호는 모처럼 라면을 먹어 기분이 좋았다. 피로한 탓에 산사의 가족들은 씻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자금성 어때?”

    산사와 나란히 눕자 물었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았어요.”

    산사가 김진호의 품에 안겼다. 유적지 안에서는 내내 걸었기 때문에 피로한 모양이다. 산사는 김진호의 팔베개를 하고 잠이 들었다. 코고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낮에 잠깐 잠을 잔 탓에 김진호는 잠이 오지 않았다. 중국에서 부자가 되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 자신의 인생을 어둠 속에서 가만히 반추해 보았다.

    ‘노마드….’

    어쩌면 자신이 유목민 같다고 생각했다. 풀을 찾아 떠돌지만 정착지가 없다.

    새벽에 부드러운 여체가 몸에 감겨오는 느낌에 눈을 떴다. 산사가 그를 애무하고 있었다.

    “산사.”

    진호는 팔을 벌려 산사를 안았다.

    “나 사랑할래요.”

    산사가 김진호에게 입술을 포갰다. 산사의 몸이 뜨거워져 있었다. 김진호는 산사와 사랑을 나누었다. 산사에게서 먼 이역 여인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김진호는 산사와 같은 여자와 사랑을 하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생각했다.

    새벽의 사랑이지만 깊고 뜨거웠다.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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