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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08)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78

“나도 결혼은 싫어”

  • 기사입력 : 2018-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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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는 서경숙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서경숙과 술을 마시느라고 김진호는 늦게야 잠을 잤다.

    아침에 거실로 나오자 서경숙이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누나, 골초 되겠네.”

    김진호는 웃으면서 담배를 입에 물었다. 흡연자들은 아침 담배를 즐겨 피운다. 김진호도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

    “골초 아니야. 하루에 5, 6개비밖에 안 피워.”

    “전에는 안 피운 것 같은데.”

    김진호는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서경숙은 남편이 죽기 전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남편이나 아내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상처를 준다. 서경숙도 남편의 죽음으로 한동안 괴로워했다.

    “매형이 그리워?”

    “그리우면 뭘해? 벌써 몇 년인데….”

    서경숙의 남편 장윤수가 죽었을 때 몹시 울었다.

    “누나? 매형 정말 좋아했지?”

    “그런 이야기는 뭐하러 하냐?”

    “누나는 비서실에 근무할 때 재벌 아들, 판검사 등 많은 사람들의 청혼을 받았잖아? 그런데도 오로지 매형한테 꽂혔어. 매형이 아니면 결혼 안 하겠다고 했잖아? 눈에 뭐가 씐 게 분명해.”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잘못이냐?”

    “삼일그룹 회장 아들과 결혼했으면 지금쯤은 삼일그룹 회장님이 되었을 거 아니야?”

    “최근에 만났어.”

    “그래? 지금도 누나한테 마음이 있대?”

    “결혼은 안 할 것 같더라.”

    “누나는 마음에 있어?”

    “아니. 나도 결혼은 싫어.”

    “왜 결혼을 싫어해? 결혼하여 애들까지 낳았으면서….”

    “결혼은 구속이야. 의무와 책임도 있고…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은 거지. 세상이 혼자 살기 좋잖아?”

    “매형이 그렇게 좋았어?”

    “후회하지는 않아.”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후회를 왜 해? 매형도 멋쟁이였는데.”

    “유머가 많았어. 그래도 바람까지 피우더라.”

    서경숙이 피식 웃었다. 장윤수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설마? 바람피우는 걸 그냥 뒀어?”

    “내가 살아있을 때는 바람피우지 말라고 그랬지. 매형이 먼저 죽을지는 몰랐어.”

    “용서한 거야? 바람피우는 게 용서되는구나.”

    장윤수의 얼굴이 어렴풋이 떠올라왔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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