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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올해 말 문 닫는 조선업희망센터

조선업 그늘 아직 짙은데…희망센터에 남은 시간은 넉 달뿐

  • 기사입력 : 2018-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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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창원조선업희망센터에서 조선업종 실직자들이 전직 지원 교육을 받고 있다.


    오늘도 많은 조선업 실·퇴직자들이 한줄기 희망을 찾아 ‘조선업희망센터’를 방문한다. 이 센터는 정부가 지난 2016년 7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거제와 창원, 울산과 목포 등 조선업종 밀집지역에 실·퇴직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센터를 운영한 지 2년여 되면서 갈 곳을 잃은 이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센터는 올 12월 31일로 지정된 기간이 만료되면 운영이 종료될 예정이다. 지역마다 센터의 연장 운영이 절실하다.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앞두고 센터나 조선업 실·퇴직자 모두 시름이 깊다.

    “조선소를 나와서 어디 갈 만한 직장이 있겠습니까. 기술을 써먹을 데가 없어요.”

    경남지역 중형조선소에서 10여 년 일을 하다 최근 일자리를 잃고 창원조선업희망센터를 찾았다는 정모(39)씨의 말이다. 정씨는 지난 2003년 대우조선 협력업체에 들어가 시운전 업무를 맡으며 4년간 경력을 쌓은 뒤 다른 원청업체로 옮겨 일을 해왔다. 회사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정리해고를 당할 처지가 되어 결국 희망퇴직을 했다.

    정씨는 “조선경기가 괜찮을 때는 사업장이 어려우면 다른 사업장이나 협력업체라도 언제든 옮겨 다닐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조선소 실직자들은 쏟아지는데 어디 갈 만한 곳은 찾기 어려웠다. 센터의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알맞은 일자리 정보를 찾아가며 재취업 준비에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많은 조선업 실·퇴직자들이 조선업희망센터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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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는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지자체, 사업수행 기관 등 공공과 민간이 함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합고용서비스 기관으로, 지난 2016년 7월 말을 기점으로 울산과 창원, 목포, 거제에 차례로 문을 연 이후 조선업종 실직(예정)자와 그 가족들의 생계안정과 재취업을 돕고 있다. 고용위기지역 내 구직자 지원을 돕는 것도 센터의 몫이다. 정씨가 참가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해 심리안정 지원 프로그램, 귀농·귀어촌 지원, 창업 지원, 실직자 자녀들을 위한 무료 공부방 운영 등이 특화된 서비스들이다.

    이처럼 센터를 찾아 재취업에 도움을 받은 사람은 모두 4만여명으로 이 중 2만여명은 재취업에 성공했다. 고용노동부와 창원조선업희망센터 등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지난 2016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4곳의 센터를 찾아 취업에 도움을 받은 인원은 모두 4만3966명으로, 이들 중 2만1351명(고용보험 취득 89%·미취득 11%)이 취업에 성공해 48.5%의 재취업률을 기록했다. 거제 2만2505명 중 1만588명, 목포 3306명 중 1842명, 울산 1만4150명 중 6731명, 창원 4005명 중 2190명이다. 센터의 단순 방문자 수(재방문자 포함)는 무려 34만명이 넘는다.

    창원조선업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경남경영자총협회 소속 정경남 책임컨설턴트는 “조선업희망센터는 실직자들에게 사랑방으로 불린다. 직장을 잃고 오갈 데 없던 이들이 센터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는다”며 “단순 취업 알선뿐 아니라 상담이나 심리 지원, 전문적인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센터의 전직 지원 프로그램 운영위탁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진현진 (주)인덱스루트 코리아 컨설턴트는 “조선업에서 전직을 하려면 아무래도 급여가 낮아지고 눈높이와 맞지 않으니 미스매칭이 생긴다. 특히 자신이 가진 기술을 어디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정보가 없다는 데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변화된 노동시장의 정보와 함께 개개인에 적합한 고용 정보를 찾아주는 것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희망센터는 넉 달 뒤 운영 종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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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창원조선업희망센터에서 개인 상담을 하고 있다.

    센터는 애초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한 기간에 따라 2016년 7월 1일~2017년 6월 30일까지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조선경기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2018년 6월 30일까지 1년 연장된 이후, 12월 31일까지로 재연장됐다. 이 기간 센터 운영비는 거제 162억원, 창원 50억원, 울산 130억원, 목포 109억원 등 총 451억원의 국비가 투입됐다. 문제는 향후 센터 운영이 종료되더라도 조선업의 경기 침체는 계속되는 상황이라 앞으로가 큰 걱정이라는 현실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센터가 운영되면서 재취업에도 도움을 주지만, 실직자나 그 가족들의 피부에 와 닿는 지원들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며 “특히 조선업의 고용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센터의 운영 기간 종료가 다가오고 있어 걱정이다. 국비 지원 운영 연장을 계속 건의할 방침이다”고 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센터의 운영 연장은 더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가 그동안 국비로 운영됐으니 앞으로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계속 운영하길 바라는 분위기인데, 시 예산만으로 운영하긴 정말 막막한 노릇이다”며 “올 연말까지 고용부에 최종 성과 보고서를 내도록 되어 있어 이를 준비하며 여러 가지 대안을 찾아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결국 조선업희망센터의 운영 당위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함께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제언이다.

    지난해 고용부의 고용영향평가사업의 과제 중 하나로 조선업희망센터와 관련 연구에 참여했던 심상완 창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선업희망센터와 같은 지원기관을 더 이상 운영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과연 지역 내 조선업 일자리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 있느냐는 것이 문제다. 일자리 문제가 그대로 상존한다면 이러한 지원 기관을 연장해서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며 “국비를 확보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경우라면 지역 내 예산 지출을 두고 거버넌스 기구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 지역의 여러 관계 당사자들이 모여 협의한 후 꼭 필요하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정당성이 부여될 것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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