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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칼럼] 안녕들 하십니까?

  • 기사입력 : 2018-08-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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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녕 (김해삼성초 교사)


    친했던 형님, 누님, 동생들이시여. 안녕들 하십니까?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이름도 얼굴도 가물가물한 게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저의 학교생활은 예전과 비슷합니다. 늘 그랬듯 책상 위 달력에는 결석이나 조퇴한 아이들의 이름과 교육청에 보고할 공문들의 제목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이리저리 패거리 지어 싸우는 여자아이들 때문에 속이 썩고, 오늘 가르쳐줘도 내일이면 까먹는 아이들에게 나의 수업은 어떤 의미일까 고민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늘어난 체중과 눈가 주름처럼 학교생활에서 바뀐 게 있다면 이제는 제가 거물급으로 성장해 형님, 누님처럼 부장 자리 하나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수줍게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 동생들을 아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며 돌려보냈지만, 이제는 뭐라도 한마디 해줄 수 있게 됐습니다.

    사실, 그런 것보다 제일 많이 변한 건 주변 선생님들을 대하는 저의 태도입니다.

    매년 선생님들과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샌가 마음의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정이 들어도 잠시. 시간이 지나면 다들 자기 사정에 맞는 학교, 원하는 지역으로 떠나버릴 게 뻔했습니다. 같은 학교에 있더라도 동학년이 되지 않으면 1년에 얼굴 몇 번 볼 일이 없어 어차피 서로에게는 떠날 사람, 유통기한 1년짜리 만남 같았습니다. 그래서 주변 선생님들에게 싫은 소리 안 하고 욕먹을 짓 안 하면서 적당한 거리와 온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올해가 지금 학교에서 근무하는 마지막 해라 내년에 계실 분들에게 저는 그저 떠날 사람일 뿐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저를 모를 수도 있고요.

    가끔은 이렇게 사는 게 서럽습니다.

    주변 선생님들이 절 싫어하거나 따돌리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자신을 교실에 가둬놓고 친한 친구 한 명 없는 외톨이로 만드네요. 예전에는 학교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속 깊은 이야기도 많이 하고, 주말에 만나 놀기도 해서 가족 같았는데 이제는 모두가 그냥 함께 일하는 타인 같습니다.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탓도 있고, 이제는 애 둘 딸린 유부남이라 총각처럼 자유롭지 못해 이러는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아쉬움은 어쩔 수 없네요.

    친했던 형님, 누님, 동생들이시여.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잘 지내는 것 같은데 가슴 한구석에는 쓸쓸한 바람이 붑니다. 연락할게요. 술 한잔 합시다.

    이상녕 (김해삼성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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