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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창원 ‘숲속나라 어르신집’ 배필순 원장

“여든셋 나의 꿈은 노인이 행복한 세상”

  • 기사입력 : 2018-08-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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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주간보호소를 만든 노인이 있다. 인생을 즐기며 묵상해야 할 나이에 또래 노인들이 모여 놀면서 뭔가 배울 수 있도록 돕는 다소 힘겨운 일을 시작한 노인.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 ‘숲속나라 어르신집’을 설립한 배필순(83) 원장이다. 배 원장은 교육계에서는 아주 유명한 교사이자 교장이었다. 1999년 교육계를 은퇴했지만 아직도 그를 기억하는 제자들과 동료 교육자가 많을 정도로 ‘악바리’ 교사이자 교장이었다.

    그런 그가 노인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주간보호소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많은 지인들이 관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악바리’ 교장이 뭔가 사건을 벌이면 남다른 프로그램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들과 어울리며 새로운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배 원장을 만나 교육자 시절 추억을 잠시 짚어 보고, 그가 펼치는 장학사업 구상 그리고 지난달 개설한 노인주간보호소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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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필순 원장이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 있는 노인주간보호소 ‘숲속나라 어르신집’에서 미술치료를 돕고 있다.



    ◆교육자 외길 42년, 전인교육에 주력하다

    배 원장은 1956년 교육계에 입문해 1999년 은퇴하기까지 42년간 교육자로 봉직했다.

    한평생 교육자로서 외길을 걸으며 전인교육에 주력했고, 특히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등 스카우트 활동을 학생들에게 장려하면서 ‘교실 밖 교육’을 강조해왔다. 청소년들의 심신단련을 위해 휴일은 물론 방학 때도 스카우트 대원들과 함께 산과 바다를 찾아 텐트 치고 스카우트로서 견지해야 할 심신수련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등 10년 넘도록 스카우트 훈련부장으로 역할하며 국내의 크고 작은 행사를 진행했다. 또 세계 스카우트 지도자들이 모이는 홍콩, 일본, 필리핀, 덴마크에까지 한국대표로 차출돼 한국의 프로그램을 전달·연수하는 등 스카우트 상급지도자로 활약했다.

    교감생활 중에는 장애학생들을 스카우트 대원으로 만들어 학부모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한 적도 있다. 그는 교감생활 10년이 지나자 장애아동 학교인 경남혜림학교(창원시 마산회원구 소재)에서 전교생을 스카우트대원으로 만들어 야영, 등산, 요리법, 게임 등 모든 프로그램을 장애학생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의지를 불어넣어 주기도 했다.

    특히 경남혜림학교에 교가가 없다는 말을 듣고 음악교사인 배 원장은 아무리 장애아동 학교지만 교가가 없다는 것을 수긍하지 못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장애아동들이 어떻게 교가를 부를 수 있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는 게 배 원장의 당시 기억이다. 하지만 배 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스카우트 수련현장에서 “나도 할 수 있다. 잘할 수 있다”는 구호를 외치는 장애아동들을 보면서 이들이 교가를 부를 수 있게 해보자는 의욕이 생겼다. 이에 배 원장은 당시 혜림학교 교장과 의논해 교가 작사·작곡을 공모토록 했다. 물론 배 원장도 공모에 참가했다. 배 원장은 “그때 제가 작사·작곡한 원고가 채택돼 교가로 지정받아 학생들에게 지도했는데, 입학식·졸업식 때 흥얼거리며 곧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정말 흐뭇한 보람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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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필순 원장이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에 있는 노인주간보호소 ‘숲속나라 어르신집’에서 미술치료를 돕고 있다.

    ◆평생 모은 사재로 장학재단 설립 계획하다

    배 원장은 자신의 가난했던 유년기를 생각하며 교사 시절부터 퇴직할 때까지 어려운 환경의 제자들을 찾아내 교복비, 학용품비, 등록금 등을 마련해 준 일들은 아직도 교육계에서 회자될 정도이다.

    그는 “거제 장목중학교 2학년 당시 학비를 내지 못해 학교에서 울고 있었는데, 당시 강성주 선생님께서 학비를 대납해줘 시험 치고 학업도 계속할 수 있었다”며 “그 고마운 마음을 갚기 위해 돈 없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돕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1999년 창원 봉림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후 ‘필 장학회’를 만들었다. 현재까지 18년 동안 매년 이 학교 학생은 물론 지역사회 미혼모 등 가정형편이 힘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는 “장학사업을 더 확대하기 위해 향후 제 소유의 필빌딩을 사회에 환원해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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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 원장이 ‘숲속나라 어르신집’에서 노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인들 편하게 어울리는 ‘어르신집’ 만들다

    배 원장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의창구 팔룡동 ‘필빌딩’을 리모델링해 지난 7월 7일 ‘숲속나라 어르신집’이라는 노인주간보호소를 만들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통계에서 알 수 있다. 노인 질병이 급격히 증가하고, 배우자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과 경제력 악화, 사회와 가족으로부터의 고립 등 많은 노인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노년기를 보내고 있는 배 원장은 한평생 교육계에 헌신해온 인생의 마지막 봉사로 노인 소외문제 해결에 뛰어든 것이다. 그는 2년간에 걸친 계획의 마지막 단계로 노인 여가와 요양시설을 만들어 더불어 함께 노년기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숲속나라 어르신집’을 만든 것이다. 국민의료보험공단의 장애등급 1~5급 판정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주간보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배 원장은 노인들의 건강단련을 위해 전신안마기·걷기운동기구 등을 비치해 시설을 찾는 노인들과 함께 운동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발목펌프·족욕기·혈압체크·혈당체크 등은 기본이다. 인지 프로그램 보강을 위해 브레인 창의 캠퍼스 교재를 활용하고 있다. 명상과 체조, 뇌운동, 정보처리, 감각활동, 노래 부르기와 함께 우울증을 해소하는 미술치료·웃음치료도 병행하면서 행복한 노년이 되도록 안내한다. 등·하원 2대의 차량으로 시설을 찾는 어르신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배 원장은 자신을 ‘독거노인’이라고 소개한다. 현재 자녀가 출가해 혼자 노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배 원장은 노인들의 사정, 특히 독거노인의 애로를 잘 안다고 했다.

    배 원장은 노인주간보호소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난 2월 사회복지사 공부를 시작했다. 현재 필기시험을 통과했고, 실습 과정만 거치면 내년 2월 자격증을 받는다. 83세의 고령에도 매일 새벽 4시에 기상해 사이버로 공부하는 등 끝없이 도전하는 ‘억척이’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향후 장학재단을 만들어 불우한 아이들에게 기쁨을 나눠주고 싶다”며 “또 어르신집이 소외된 노인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는 치유의 공간이 되도록 남은 인생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편하게 즐기는 여생을 포기한 배 원장. 그가 펼치는 인생의 마지막 봉사활동을 엿보면서 “천국으로 가고 싶어요”라는 그의 염원에 서광이 비치는 듯했다.

    글= 조윤제 기자

    사진= 전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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