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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인생 - 윤재환

  • 기사입력 : 2018-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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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경제적으로 계산을 할 때

    이익이 나면 검은색으로 쓰고

    손해가 나면 빨간색으로 쓴다

    그래서

    흑자 또 적자라 부른다



    나는

    일기나 편지나

    시를 적을 때도

    검은색 펜으로 쓴다



    나의 삶의 이야기는

    온통 검은색으로 쓴 기록들이다

    그래서 흑자다



    오늘도

    나의 인생일기는 검은색 펜으로 쓰인다

    흑자인생이다

    ☞ 일반적으로 글을 쓸 때 백지에다 검은색 펜으로 쓰고 빨간색 펜으론 적자를 나타내거나 범죄기록이나 죽은 사람의 이름을 표기할 때 검은색과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이 작자는 이 사실을 슬쩍 왜곡해서 자신은 ‘검은색 펜으로만’ 글을 쓰기 때문에 ‘흑자인생’이라고 억지를 쓴다. 이 억지(비약)가 이 시의 맛이고 값인 것 같다. 말하자면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의 주인공이 자신의 천재성을 시기 질투하는 무리들 앞에서 일부러 말을 더듬(왜곡)어서 그들의 시기심을 따돌리는 것처럼, 검은색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왜곡해서라도 흑자(상승)를 지향하는 인간의 보편적 심리를 추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나, 세상이 바뀌어 이제 빨간색은 평화와 진보의 상징이 되었으니…. 조은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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