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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 유림운집(儒林雲集)- 선비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 기사입력 : 2018-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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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4일 안동에 2000여명의 선비들이 모였다. 박약회(博約會) 창립 30주년 기념식과 제40회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안동지회 심재덕(沈載德) 회장의 진두지휘로 30주년 기념행사를 철저하게 준비하였다. 이용태(李龍兌) 회장, 김종길(金鍾吉) 수석부회장의 도움도 있었지만 경북도청, 안동시청의 적극적인 협찬이 큰 힘이 되었다.

    왜 이렇게 많이 모였을까? 경제가 발달하여 생활수준이 향상되었지만 인륜도덕이 땅에 떨어져 이대로 두어서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 세상을 악의 구렁텅이에서 구출해 보자는 공동의지의 표명이었다.

    경남지회도 허종철(許鍾鐵) 회장을 비롯한 30여명의 회원이 참석하였다. 다른 지회와 달리 한복에 유건(儒巾)을 썼다.

    100만명 이상의 인성교육을 시킨 이용태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이홍구(李洪九) 전 국무총리의 특강이 있었고, 안동대학 정진영 교수의 안동문화 소개가 있었다.

    박약(博約)은 박문약례(博文約禮)의 줄인 말인데, 공부를 하는 데 있어 자기 시대 이전에 나온 글을 널리 배워 조리 있게 요약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꼭 공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일에 다 적용된다. 1987년 7월 1일 발기모임에서 회장을 누가 맡느냐는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가 당시 포항공과대학 학장으로 있던 김호길(金浩吉) 박사를 추천하였다. 회장의 조건은 전국적인 명망이 있어 사회적 영향력이 있어야 하고, 유림을 잘 알아야 하고, 박약의 취지에 찬동하고, 친화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그 조건을 갖춘 사람으로 김 학장보다 나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김 학장이 너무 바쁘다는 것이다. 포항공대는 1986년 12월에 개교해서 한창 건설하고 있는 중이었다.

    같은 대학의 권오봉 교수가 설득하는 일을 맡기로 했다. 회장 이야기를 꺼내자 김 학장은 “이 사람아! 내 사정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해? 지금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다른 좋은 분 찾아 봐!” 하며 펄쩍 뛰었다.

    사양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계속 설득했다. 권 교수도 물러서지 않았다.

    입심이 세기로 유명한 서울대학의 이동승(李東昇) 교수가 김 학장에게 “유림 집안의 자제라면서 박약회 회장 하나 못 맡아?”라고 하자 김 학장도 수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88년 2월에 창립총회를 열어 김호길 박사를 초대회장에 추대하였다.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儒 : 선비 유. *林 : 수풀 림.

    *雲 : 구름 운. *集 : 모을 집.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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