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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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전북 군산 (3)

오늘 해가 강렬한 자취를 남긴다

  • 기사입력 : 2018-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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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불 속 온기와 얼굴을 스치는 냉기에 눈을 떴다. 오늘도 창밖은 찜통 같은 온도에 맑은 하늘. 어젯밤 자동차를 가지고 온 친구 덕분에 편하게 다닐지도 모르겠다.

    뚜벅이 여행에서 자동차 여행으로 진화. 교통편이 생겼으니 멀리, 편하게 이동하자. 목적지는 금강하구둑과 선유도다. 숙소를 나와서 금강으로 가는 길. 잠시 경암동 철길마을에 들렀다. 철로 위에 사람들이 많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임에도 교복을 입고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우리는 철길에 관심이 없다. 지나가다 밥 먹으러 왔다. 아침 겸 점심으로 간단히 국밥을 먹고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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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도 방파제에서 바라본 일몰. 바다 위 등대가 인상적이다.

    ◆파란 하늘과 금강= 늦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금강을 향한다. 좌측에 갈대숲과 그 너머 강이 보인다. 강을 따라 뻗은 신작로를 달려 갑문에 들어섰다. 창 너머 풍광에는 파란 하늘, 쪽빛 강물에 구름 뭉치만 몇 조각 떠 있다. 강 위에서 낮은 산과 육지를 바라본다. 평소와 반대의 시선으로. 짧은 시간, 도로를 지나 땅에 내린다. 여기서부터는 서천군이다. 강물을 지나자 한여름의 논과 밭이 나왔다. 그 옆 좁은 길을 달리고 헤매서 다시 물가. 펄이 드러난 위로 짠내와 옅은 비린내가 몰려든다. 숨구멍과 물길이 있고 그 위를 새들이 분주히 뛰어다닌다. 그 장면을 찍겠다고 남자 3명이 또 카메라에 의지해 분주히 뛰어다니고.

    사진을 찍고 뭍을 보자 오래된 폐가들이 보인다. 바람에 쓸리고 볕에 말라버린 쓸쓸한 건물. 그 앞에는 생기로 가득한 갯벌이 있다. 두 광경은 기묘한 대조를 이루며 그냥 그렇게 있었다. 언제나처럼 그랬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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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도의 망주봉.

    ◆그림 같은 고성(古城)= 바다를 거슬러 강으로 가자. 햇빛의 따사로움은 재앙이나 하늘의 맑음은 가히 축복이라. 이렇게 푸른 하늘을 본 게 얼마 만인지. 멍하니 하늘만 보고 있다. 그림 같은 하늘에 고성(古城)이 나타났다! 성이다. 진짜 성. 해안을 따라 식당들이 들어선 자리에 오래된 성이 있다. 폐업하고 방치된 식당인가? 테마파크에 있는 건물처럼 제법 그럴싸한 성이다. 해풍에 녹이 슬고 때가 타서 더 그럴듯한 모습의 건물. 하얀 벽면을 타고 오른 담쟁이덩굴과 세로로 길쭉한 창문. 건물 중앙에 솟은 돔형의 천장과 좌측에 선 탑. 그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나선형의 외부 계단까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걸작이다.

    잠시 내려놓았던 카메라를 다시 든다. 각자 작품활동을 하고 모여서 정보를 공유하며 30분 가까이 셔터만 눌렀다. 사진 찍는 일행뿐이라 개인 시간이 많아 좋았다. 차오르는 뿌듯함을 느끼며, 조금 더 찍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군산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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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을 따라 뻗은 신작로.

    ◆해넘이휴게소= 금강에서 선유도까지는 차로 약 1시간이 걸린다. 1시간. 길다면 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모르게 차 안은 1990년대로 돌아갔다. 어릴 때 보던 만화 주제가가 멈추지 않는다. 별 뜻도 의미 없지만, 열정적으로 토해내는 아무말대잔치. 그렇게 떠들자 또 바다다. 새만금방조제. 쪽 뻗은 도로와 옆으로 난 자전거길이 인상적이다. 뜨거운 볕에 자전거는 보이지 않고 자동차만 바삐 움직인다. 휴게소가 나왔다. ‘해넘이휴게소’다. 사실 정확히는 휴게소 맞은편. 전망대 주변만 보고 다시 출발했다.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바다 말고는 딱히 볼 것도 없다’라고 생각했는데 뒤에 알게 된 사실. 해넘이휴게소는 일몰 포인트로 제법 유명하다고 한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더라니.

    ◆선유도= 휴게소를 지나 야미도, 신시도, 무녀도를 거쳐서 선유도에 도착했다. 앞의 섬들을 포함한 주변 섬 전체가 ‘고군산군도’다. 이전까지는 배로만 들어가던 섬이었으나 다리가 놓이며 자동차로 이동이 가능해졌다. 몇 년 전 군산에 왔을 때 배 시간을 놓쳐서 못 온 곳을 자동차로 오니 신기하다.

    선유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길엔 차가 가득하다. 인도에는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큰 주차장은 듬성듬성 빈자리를 내준다. 또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뛰어다닌다. 서서히 물이 빠지는 바다와 그 위로 반영된 하얗고 작은 봉우리. 초록의 산 사이에 솟은 하얀 산 2개가 선유도의 상징 망주봉이다.

    여름철 큰비가 내리면 물줄기가 폭포처럼 내리는 망주폭포를 볼 수 있다. 주변을 걷다 잠시 쉬어갈 베이스캠프를 찾았다. 통유리와 푸른빛이 인상적인 카페. 달달한 음료를 시키고 통유리로 된 창가에 앉았다. 창 너머 바다, 배, 산, 구름. 큰 액자가 자연을 비추는 작품이 되고 시간을 담는 그림이 된다. 역시 선유도구나. 먼 거리를 달려서 온 보람이 넘치는 경치다. 무거운 짐들도 내려놓고 에어컨 아래서 잠깐의 휴식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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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이 드러난 금강.

    ◆모든 사진이 작품= 급속 충전을 하고 나만 밖으로 나왔다. 사진을 찍고 산책도 하고 오로지 혼자만의 시간. 스마트폰과 필름카메라 한 손에 들고 물 빠진 해안을 걷는다. 해수욕장과 달리 망주봉 쪽은 한산하다. 아까보다 멀어진 바다와 넓어진 펄. 도란도란 모여 있는 집들. 하얀 바위산 2개. 섬 전체를 감싼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이어진 날이다. 어디를 찍어도 어떻게 찍어도 작품이 되는 날. 사람들이 적어지자 얕게 스친 바람 소리만 남는 공간에 두터운 셔터 소리를 덧붙인다.

    걸음을 옮겨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자동차와 가족 단위의 여행객. 사람 많은 곳은 패스. 차도를 따라 약간의 경사를 오르면 해수욕장과 바다, 건너편의 망주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가 포인트다. 몇 장 남지 않은 필름을 여기서 다 쏟아붓자. 카메라의 작은 화각으로 담기엔 너무 큰 풍경. 레버를 감고 감다가 언덕을 마저 오른다. 끝에는 집라인 탑승장이 서 있다. 더운 날씨에도 길게 늘어선 줄이 아득하다. 마침 휴대폰이 울린다. 빨리 오라는 독촉. 주변도 다 봤고 기다리는 일행도 있으니 차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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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모양의 식당.

    ◆장자도= 길었던 오후의 해가 살짝 기운 시간. 오늘의 마지막 일정. 일몰을 위해 장자도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자 해가 산등성이 위로 지고 있다. 장자도에서 도보로 건너갈 수 있는 대장도가 일몰 포인트로 유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노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바다 위, 그늘진 작은 산, 섬들이 둘러싸고 있는 장소. 조용히 걸었다. 걷고 또 걸어도 우리뿐인 고요한 길이다. 방파제에 다다라 해넘이를 기다렸다. 바다 위에는 붉은 등대 하나만 서 있다. 점점 해가 뿜어내는 붉은 빛에 바다마저 타오른다. 태양에 빛을 빼앗기고 실루엣만이 남은 장소. 쉴 새 없이 들리는 셔터 소리로 채워진 바다. 땅 위로 작열하던 태양은 마지막 발자취도 강렬하다. 마지막 셔터 소리를 끝으로 빠져나오는 길. 뒤편에서 몰려든 자줏빛의 세력은 섬을 집어삼키고 우리도 먹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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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훈
    △ 1991년 창원 출생
    △ 창원대 세무학과 졸업
    △ 산책·음악·사진을 좋아하는 취업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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