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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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울산 열혈청년 빈준석 씨

극지 마라톤 ‘우승 꿈’ 골인, 못다 이룬 ‘축구 꿈’도 골인
초5때 축구 인연… 국가대표 꿈꾸며 승승장구
고교 때 부상·슬럼프… 결국 꿈 포기

  • 기사입력 : 2018-1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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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 적부터 운동을 좋아했습니다. 운동 중에서도 축구를 가장 좋아했고, 잘했습니다. 축구를 하면서 유명 프로구단에 입단해 국가대표가 되는 꿈도 꾸었죠. 이젠 선수의 꿈은 접었지만, 축구 꿈나무를 키우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울산 학성초등학교 축구부 코치 빈준석(23)씨는 학창 시절 유망한 축구선수였다. 그러나 부상에 발목이 잡혀 축구선수의 꿈을 접었다. 축구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을 떨치려 울트라 마라톤과 극지 마라톤에 도전했다. 죽음의 코스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에서 연령별(20대) 우승을 차지하며 축구의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과 아쉬움을 끝내 버리지 못해 모교서 꿈나무를 키우는 ‘축구인생 2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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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준석씨가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에서 역주하고 있다./빈준석씨 제공/

    ◆부상에 발목 잡혀 ‘축구선수 꿈’ 접어

    빈씨는 울산 학성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부 코치의 눈에 띄어 축구와 인연을 맺었다. 체력과 끈기가 돋보인 그는 6학년 때 호랑이배 축구대회에서 우수 선수상을 받으며 가능성을 보였다. 효정중학교 1학년 때인 2008년 전국 추계대회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며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이때부터 빈씨는 유망주로 꼽히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갔다. 그러나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경북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축구선수의 꿈을 키우던 그는 발목과 허리측만증 등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했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가족과 상의했지만 가정형편이 허락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빈씨는 축구 훈련을 중단하고, 헬스장을 전전하며 5개월가량 혼자서 재활운동을 한 뒤 복귀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재활 실패 등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긴 슬럼프에 빠졌다. 빈씨는 결국 스무 살에 ‘축구선수의 꿈’을 접었고, 특전병으로 지원 입대했다.

    메인이미지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에서 역주하는 빈준석씨./ 빈준석씨 제공/

    ◆새로운 도전, ‘인간 승리’

    빈씨는 2016년 군 전역 후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그러나 일을 하면서도 축구를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남아 있었다. 그 미련과 아쉬움을 떨치기 위해 울트라 마라톤과 극지 마라톤에 도전했다.

    체력이 뛰어난 그는 일반 마라톤보다 긴 100㎞를 뛰어야 하는 울트라 마라톤에서도 4회를 완주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새만금 울트라 마라톤, 제주도 울트라 마라톤, 울산 태화강 울트라 마라톤 대회 등에서 20대 1위를 차지했다.

    울트라 마라톤에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끈기과 인내심을 더욱 필요로 하는 극지 마라톤에도 도전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지만, 극한 도전을 통해 축구에 대한 아쉬움을 날리고 싶었다.

    ‘고비사막 마라톤’ 참가를 결정한 후 그는 대회 참가비와 항공료 등을 모으고, 극한에 버티도록 몸을 만들었다. 퇴근 후 하루 10㎞ 이상을 뛰었다. 대회를 두 달가량 남기고는 훈련량을 늘렸다. 근무하는 날에는 매일 20㎞씩, 주말에는 30㎞ 이상을 달렸다. 대회 코스나 환경을 고려해 10㎏ 이상의 배낭을 메고, 일부러 험한 산길을 찾아다녔다. 산길을 달려 내려가다 넘어져 엄지손가락 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빈씨는 7월 말 중국으로 건너가 고비사막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6박7일간 총 250㎞를 달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대회는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 ‘남극 마라톤’, ‘사하라 사막 마라톤’ 등과 함께 ‘세계 4대 극지 마라톤’으로 꼽힌다.

    레이스는 7월 30일부터 8월 5일까지 6박7일간 이어졌다. 대회는 식량, 침낭, 점퍼 등 필수품이 든 12㎏짜리 배낭을 멘 채 매일 아침 출발해 정해진 구간을 시간 내에 완주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기온이 40도가 넘는 사막과 고지대 초원을 달리면서 이미 체력은 바닥이었다. 발톱은 깨졌고, 배낭끈에 쓸려 어깨 통증도 상당했다.

    70㎞에 달하는 코스로, 일명 ‘롱데이’로 불리는 4일차 구간에서 결국 다리에 탈이 났다. 다리를 절뚝거리면서도 진통제와 테이핑으로 버티며 죽음의 사선을 넘는 최악의 코스를 완주했다. 이 부상이 허벅지 근육 파열과 무릎 인대 염증이라는 사실은 대회 후 진료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

    빈씨는 총 30시간의 기록으로 250여 명의 참가자 중 21위로 골인했다. 특히 40여 명의 20대 참가자 중에 1위를 기록해 연령별 우승을 차지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극한의 고통을 참아내며 이룬 ‘인간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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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준석 울산 학성초등학교 축구부 코치가 운동장에서 선수들과 운동을 하고 있다./지광하 기자/

    ◆꿈나무 키우며 ‘축구인생 2막’

    스무 살에 축구선수의 꿈을 접은 빈씨는 군대와 직장생활, 울트라 마라톤과 극지 마라톤 등으로 축구에 대한 미련을 떨치려 몸부림쳤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늘 축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못다 이룬 축구선수의 꿈이 너무 아쉬웠다. 선수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축구만큼은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빈씨는 또 한 번 결단했다.

    빈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난 9월 27일 모교인 학성초등학교 축구부 코치로 ‘축구인생 2막’을 시작했다. 자신이 어린시절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곳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며 축구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메인이미지 울산 학성초등학교 축구부 코치 빈준석씨가 '축구부 꿈 터' 앞에서 파이팅하고 있다. /지광하/

    “축구를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꿈나무들과 함께 축구를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후배들이 훌륭한 축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열정을 다 바치겠습니다.”

    ‘열혈 청년’ 빈준석씨는 2019년에 한반도 횡단 308㎞, 종단 500㎞를 완주하고, 국내외 울트라 마라톤은 물론 4대 극지 마라톤 대회에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광하 기자 jik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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