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14일 (월)
전체메뉴

다독(多讀) 지식으로 독자 다독이는 ‘책벌레 회계사’

책 4권 동시에 펴낸 이· 상 · 준 씨
알고보면 ‘잘나가는’ 회계사
1986년부터 회계사로 33년째

  • 기사입력 : 2018-11-16 07:00:00
  •   
  • 메인이미지
    이상준 공인회계사가 책으로 가득한 자신의 집무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에는 그가 지난달 중순 동시에 발간한 4권의 책./전강용 기자/


    책 4권을 동시에 펴낸 이가 있다. 이상준(56)씨. 이씨는 사실 지역에서 실력 있는 공인회계사로 이름이 나있다. 1986년부터 33년째 회계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 175개 회계법인 중 매출 순위 7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울회계법인 대표이사를 세 번이나 연임하는 등 업계 내에서 행보도 크다.

    소위 ‘잘나가는 회계사’로 살던 그가 책을 썼다. 흔히 적당한 사회경제적 자본 위에 안착한 식자 (識者)들의 고급진 놀이로서 아니라, 20년 넘게 지속된 다독(多讀)으로 통합된 그만의 지식체계를 무려 책 4권으로 토해냈다.

    ◆이상준의 지식시리즈

    책은 10월 15일자로 단행본 4권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름하여 ‘이상준의 지식시리즈’. 그의 이름 석 자를 딴 이 시리즈는 제1권 여행, 제2권 교육, 제3권 대한민국을 해설한 판매용 단행본 3권과 1권의 비매품으로 이뤄져 있다.

    1권의 제목은 ‘문학·역사·철학자들의 여행법’이다. 그러나 풍경과 맛집에 관한 내용은 없다. 이 책은 각 여행지가 가진 독특한 역사와 문화 등 ‘소프트웨어’에 주목한다.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양반가의 고택보다는 핍박받았던 노비의 삶에, ‘베트남’의 경우 하이롱베이나 다낭의 경치보다 인도차이나 전쟁에 주목하는 식이다.

    2권은 ‘교육을 해부한다: 대안교육에서 미국유학까지’이다. (재)경상남도미래교육재단 감사와 창원대학교 겸임교수직을 수행하면서, 늦둥이 딸과 아내까지 10년째 미국으로 유학보낸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녹여냈다. 올바른 인성교육에 대한 고찰과 대안교육에 대한 비판도 담았다.

    3권은 ‘아! 대한민국: 들불은 피어오르며 운다’이다. 정치, 경제, 사회, 고령화, 저출산 문제뿐만 아니라 남북통일과 한반도 비핵화 등 21세기 대한민국이 당면한 여러 중요한 사안들을 해설하고 있다.

    ◆하루에 책 한 권

    그는 마산 진전면 출신이다. 1962년 아버지 54세, 어머니 41세에 늦둥이로 태어났다.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는 부모의 품을 뛰쳐나와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마산용마고를 거쳐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창원대에서 재무론으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다 1996년 고향인 창원으로 왔다. 다독의 시작이었다.

    그해부터 책에 집중하기 시작해 지금은 1년에 350~400권 정도의 책을 읽는다. 빌려보지 않고, 모두 사서 본다. 1만여 권의 책으로 둘러싸인 요새 같은 그의 집무실이 이를 증명해준다.

    ‘어떻게 하루에 한 권꼴로 읽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내공(內功)이 쌓이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처음에는 불가능하죠. 하지만 꾸준히 읽다보면 책마다 전혀 새로운 내용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됩니다. 즉, 책을 읽을 때 저자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거죠. 때로는 기본적인 내용은 건너뛰고 곧바로 저자의 새로운 사상이나 생각이 적힌 부분만 읽는 경우도 많습니다. 400권이 많아 보이죠? 기껏해야 우리나라 연간 출간 도서의 1% 이하입니다.”

    그가 읽는 책은 계통을 불문한다. 인문학, 과학, 예술 등 인간사 전반이라고 봐야 옳다. 결국 이러한 ‘독서의 종횡무진’은 그의 내면에서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을 거친다. 책에서 옮겨온 지식은 저마다의 에너지를 가지고 연결되고 융합되며, 앞서 읽은 책이 후일의 책에 의해 환기되며 체계를 이루는 일련의 과정. 이를 통해 그는 책을 ‘읽는 것’만이 아닌 ‘파악하는’ 경지까지 나아간 듯 보였다.

    ◆메모광

    무엇보다 그가 300~40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여러 권 동시에 집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두철미한 ‘메모 습관’ 때문이다.

    “40대 초부터 책을 본격적으로 읽으면서 책에 실린 내용을 개념어 중심으로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2013년부터는 축적된 메모를 작은 책자 형태로 만들어 연 1~2회, 50~100부씩 주변에 나눴어요.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냉철하게 보는 힘이랄까요, 독서를 통해 궁극적으로 그러한 지혜를 얻는다 여겼고, 이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책을 내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자주 받으면서 책을 써볼 용기를 냈습니다.”

    축적된 메모는 어마어마한 부피로 자랐다. 엑셀 파일 12만셀, 문학·역사·철학·경제·과학·종교·음악·미술 등 전 분야를 28개 주제별로 분류해 놓은 단행본 30권 분량의 엄청난 정보다.

    메인이미지

    ◆책을 펴낸 이유는

    그는 ‘이상준의 지식시리즈’의 출간을 ‘사회활동과 같은 선상’으로 본다.

    “저에겐 많은 책과 자료를 검색하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도서구입비를 지불할 여건도 되고요. 스스로 ‘복이 많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며 삽니다. 보통 사람들은 생활전선에서 뛰느라 시간적 여유를 갖기 어렵고, 도서구입에 대한 금전적인 장애도 있을 겁니다. 저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업에서 뛰느라 여유가 없었지만 최근엔 회계법인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주로 업무를 보다 보니 이전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습니다. 이러한 여건 덕분에 세상을 좀 더 숙고할 수 있는 혜택을 갖게 된 것이지요. 이 특혜를 저만 향유한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발간한 책을 통해서라도 세상과 이를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좀 거창하게 표현한다면 ‘무혈(無血) 사회운동’이라고나 할까요.”

    ◆앎의 힘, 가슴 뛰는 글쓰기

    이씨는 이번 시리즈 출간을 위해 지난 6월~8월 꼬박 3개월을 밤을 새워 가며 글을 썼다. 모기에 뜯기고 땀에 젖어 가며 썼지만 글을 쓰는 내내 가슴이 뛰었고, 지금도 책을 읽고 정리해 문장으로 푸는 일을 할 때는 가슴이 뛴다. “책을 쓰면서 간절히 소망했습니다. 독자들이 제 책을 읽은 뒤에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요.” 그가 책 출간을 ‘무혈 사회운동’이라 표현한 속뜻도 여기에 있다.

    “SNS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닌 정보가 일파만파로 퍼지고, 사람들이 여기에 무분별하게 동조하거나 비판하는 일이 흔해졌죠. 이러한 현상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가져오는 단초가 됩니다. 우리 모두 어떤 누군가의 견해가 아니라 스스로의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밖에서 흔드는 힘에 대항할 수 있는 안의 힘, 앎의 힘이 필요해요. 그 바람을 책에 담았습니다.”

    ‘후속 집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간명하게 답했다. “세무책을 쓰려고요. ‘지식시리즈’ 를 처녀작으로 내놓았지만, 저의 본연은 회계사입니다. 판례 위주의 세무서적이 많은데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어렵죠. 머지않은 시일 내에 깊이가 있으면서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친근하지만 가볍지 않은 세무책을 펴내고 싶습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