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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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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이다 지급정지해달라” 경찰 요청 거절한 기업은행

“보이스피싱 유형 아니다”며 경찰·피해자 지급정지요청 거절
수차례 걸쳐 900여만원 인출 뒤 이틑날 늑장조치

  • 기사입력 : 2018-11-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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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은행이 보이스피싱에 따른 수사기관의 해당 계좌 지급정지 요청을 거절, 막을 수 있던 피해를 막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은행은 다음 날 오전, 지급정지를 뒤늦게 받아들였으나 피해액 900여만원이 다 빠져나간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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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픽사베이/

    26일 중소기업 대표인 피해자 A씨, 창원중부경찰서, 기업은행 측에 따르면 A씨는 지난 8월 28일 오후 2시46분께 평소 거래하던 프랑스 바이어측으로부터 받은 이메일에 안내된 기업은행 계좌로 943만5000원을 송금했다.

    수일 전 A씨는 프랑스 바이어로부터 ‘물품결제 대금을 원화로 대신 송금해주면 나중에 처리해주겠다’는 이메일을 받았으며 이후 수차례 이메일 교환과 전화 통화를 했다. 따라서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A씨는 돈을 입금한 후 이날 오후 9시께 수신자에게 확인 전화를 했다. 그러나 술에 취한 듯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만 들린 후 이후에는 더 이상 통화가 되지 않았다.

    사기를 직감한 A씨는 곧바로 기업은행 콜센터에 전화해 송금된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를 요청했다.

    은행 측은 보이스피싱 피해인지 판단이 어렵다며 수사기관에 신고 후 다시 지급정지를 신청할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즉시 인근 거리에 있는 창원중부경찰서를 직접 방문해 신고했다.

    경찰은 A씨의 이메일, 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보이스피싱 범죄로 판단했다.

    경찰이 직접 기업은행에 팩스로 범죄계좌 등록에 따른 지급정지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은 이날 오후 10시17분께였다. 이후 수차례 은행 콜센터에 전화해 지급정지를 요청했지만 은행 측은 A씨의 사건이 보이스피싱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지급정지를 거절했다.

    A씨가 송금한 계좌에는 이날 오후 5시 전까지 390여만원이 빠져나간 데 이어 29일 오전 0시에서 1시 사이에 7차례에 걸쳐 545만여원이 집중적으로 빠져나갔다. 특히 새벽에 빠져나간 액수는 경찰의 지급정지만 받아줬어도 막을 수 있었다. 지급정지는 하루가 지난 29일 오전 10시께 뒤늦게 이뤄졌고 계좌엔 겨우 2만8000여원이 남아 있었다.

    A씨는 “신속하게 신고를 했지만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고스란히 날려버렸다”며 “은행은 수사기관의 지급정지 요청을 거절한 것에 대해 여태 어떠한 해명도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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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등 특별법은 금융사기로 인한 은행의 지급정지 규정을 정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이 요청하더라도 해당 은행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은 피해구제를 위한 초기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금감원 등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에 금융기관이 적극 대처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범인은 외국인 국적으로 파악됐고 이전 거래 이메일을 해킹, 바이어로 가장해 사기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며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를 수사해오면서 지급정지 요청을 거절한 금융기관은 처음이었다.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은행의 대처가 이해되지 않는다. 수사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금융소비자부 관계자는 “당시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관련법에 따라 보이스피싱이 아닌 물품대금 사기, 해킹 건 등으로 판단돼 지급정지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튿날 뒤늦게 지급정지 처리를 한 것에 대해서는 “지급정지 처리를 한 직원이 전날 담당 직원과 다르게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뚜렷한 근거를 밝히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와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해당 건을 검토 중이다”고 덧붙였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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