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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471) 제23화 대륙의 사람들 141

“저는 돈 따위는 필요없어요”

  • 기사입력 : 2018-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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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은 수컷이고 황은 암컷이니 이를 합쳐 봉황이라고 부른다. 봉황새는 봉과 황 두 마리 새를 일컫는 것이다.

    사마상여는 탁문군의 집 앞에 가서 거문고를 탄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봉아, 봉아 고향에 돌아왔구나

    황을 찾아 사해를 돌아다녔으나

    아직까지 소원을 이루지 못했는데

    오늘 저녁에야 그대를 만났네

    방은 가까워도 사람은 멀어 비통하구나

    그녀와 한 쌍의 원앙이 될 수 있다면

    함께 창공을 훨훨 날 수 있을 텐데

    황아, 황아, 나를 따라 누각에 오르라

    정을 나누고 몸이 하나가 되어

    깊은 밤 서로 따르면 누가 알랴

    두 날개 펴고 높이 날아오르면

    나는 더 이상 슬픔을 느끼지 않으리

    탁문군은 자신의 규방에 앉아 있었다. 그때 사마상여의 노랫소리가 들렸다. 그 노래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탁문군은 사마상여의 거문고와 노랫소리를 듣고 감동했다.

    탁문군은 사마상여가 돌아간 뒤에도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사마상여와 탁문군은 마침내 몰래 만났다. 두 사람의 사랑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탁문군은 여자로서는 드물게 시를 잘 지어 두 사람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이 열렬히 사랑했다.

    “상공, 저를 사랑하시면 왜 청혼하지 않으세요?”

    하루는 탁문군이 사마상여에게 물었다.

    “그대는 부호의 딸이오. 나와 같이 가난한 사람과 살 수 있겠소?”

    사마상여도 탁문군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었다.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돈이나 재물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습니다.”

    탁문군이 말했다. 사마상여는 탁왕손에게 청혼을 했다. 그러나 거상인 탁왕손은 사마상여가 너무나 가난했기 때문에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마상여의 집은 벽 네 개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가난했다. 그의 가난을 빗대어 가도벽립(家徒壁立)이라는 고사성어까지 유래하게 되었다.

    “저는 어떻게 하든지 그분과 결혼하겠어요.”

    탁문군이 탁왕손에게 말했다.

    “네가 그 작자와 결혼을 하면 재산을 한 푼도 주지 않겠다.”

    “좋아요. 저는 돈 따위는 필요없어요.”

    사마상여와 탁문군은 밤중에 몰래 임공을 빠져 나와 성도로 달아났다.

    탁문군이 사마상여의 집에 이르자 그야말로 네 벽밖에 없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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