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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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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벗어나면 죄인” 아들 잃은 유족의 호소

김해서 행인에 폭행 당해
뇌사 판정 받은 21살 군인 박용관씨
환자 5명에 장기 기증하고 영면

  • 기사입력 : 2019-01-2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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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보= 이달 초 김해시내에서 행인에게 뺨을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던 현직 군인 고(故) 박용관(21)씨가 장기 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린 후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유족들은 저항하지 못하는 군인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22일 6면 ▲‘행인 뺨 때려 뇌사’ 혐의 20대 검찰 송치 )

    현직 군인이던 고 박용관씨는 휴가를 나왔던 지난 1월 12일 새벽 김해시 어방동의 한 도로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 행인 A(23)씨에게 뺨을 맞고 넘어지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쳐 뇌사 상태에 빠졌다. 박씨는 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2번의 수술을 받았지만 깨어나지 못했고, 지난 21일 사망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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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사 판정을 받은 후 5명에게 장기를 기증한 박용관씨.

    박씨 유족은 어렵사리 장기 기증을 결정했다. 지난 23일 박씨의 심장, 폐, 간, 췌장, 좌·우 신장 등 6개 장기가 다섯 명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 박씨 유족은 장기 기증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평소 가슴 따듯하고 주변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용관이의 바람도 가족들의 뜻과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족에 따르면 박씨는 어렸을 때부터 적극적이고 리더십이 강해 특전사에 지원했지만 낙방했고, 육군에 입대한 후 나라에 헌신할 수 있는 직업 군인을 꿈꿨다. 군 생활을 하며 틈틈이 부사관 시험을 준비했고 1차 시험에 합격 후 2차 시험을 치렀다. 박씨는 2차 합격 통보를 기다리던 중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유족의 말대로 고 박용관씨는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박씨가 폭행을 당한 것은 단순히 도로에서 시끄럽다는 이유에서였다. 가해자 A씨는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가 박씨 일행이 시끄럽게 떠들어 때렸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학창시절에 역도 선수를 할 만큼 체격이 좋은 박씨였지만, 군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단 한 번의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맞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함께 있던 친구들의 전언이다. 박씨 유족은 “가해자는 용관이를 아는 동네 사람이었다. 함께 있던 친구들은 ‘용관이가 열중쉬어 상태로 죄송하다, 용서해 달라고 얘기했는데 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며 “가해자는 ‘군인이니까 너는 신고 못하지’라는 얘기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친구들이 밝히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찰이 응급실에 와서 피해자가 누구냐고 물었다. 그런데 정작 가족들은 군인 신분이 노출될까 봐 답변을 머뭇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고 박용관씨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은 ‘저항하지 못하는 군인에게 가해지는 무차별 폭력을 강하게 처벌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씨 유족은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다 안다. 휴가 나갈 때 ‘술 마시지 마라, 폭행하지 마라’는 교육을 받는다. 사람들이 이를 악용해 군인에 대한 무차별 폭력을 가한다”며 “국가를 지키는 군인이 부대를 벗어나면 이른바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기를 통해 군인 보호법 등 공무 수행 중인 자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에는 강력하게 처벌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지난 21일 A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박씨에 대한 사망진단서가 발부되기 전이다. 경찰은 송치 이후 박씨의 사망진단서가 나온 만큼 검찰에서 상해치사로 혐의가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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