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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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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71) - 바늘 세모본 곧은금

  • 기사입력 : 2019-01-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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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4281해(1948년) 만든 ‘셈본 3-1’의 6쪽과 7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6쪽 아홉째 줄에 ‘바늘’이 나옵니다. 그리고 열두째 줄에 ‘긴 바늘’과 ‘짧은 바늘’이 있습니다. 때알이(시계)를 배울 때 ‘시침’, ‘분침’으로 배운 사람들은 오히려 이 말이 낯설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 배우는 아이들 쪽에서 보면 ‘침’보다는 ‘바늘’이 ‘시침’보다는 ‘긴 바늘’이 ‘분침’보다는 ‘짧은 바늘’이 훨씬 쉬울 것입니다.

    옛날에는 보다시피 때알이틀(시계모형)이 없어서 그림을 그려가며 가르치고 배웠는데 요즘에는 좀 더 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옛날 배움책에서 하듯이 그냥 생각해 보라고 하지 않고 손으로 만지면서 하루에 몇 차례나 그렇게 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면 더 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7쪽 일곱째 줄에 ‘세모본’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그 옆에 나오는 ‘삼각정규’라는 말은 처음 보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요즘에는 ‘삼각자’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따로 풀이를 해 드리지 않아도 ‘세모본’은 ‘삼각자’와 같은 말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테고요.

    앞서 1학년에서 세모, 네모, 동그라미로 배운 아이들이 2학년에서 ‘삼각형’, ‘사각형’, ‘원’이라는 말로 배우게 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세모’, ‘세모꼴’, ‘세모본’, 또는 ‘세모자’로 가르치고 배우면 아이들은 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덟째 줄에 나오는 ‘곧은금’도 앞서 본 적이 있는 말이라서 이제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곧은금’은 ‘곧게 그은 금’이라는 뜻이고 요즘 배움책에서 ‘직선’이라고 하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이 말과 맞서는 말로 ‘굽게 그은 금’은 ‘굽은금’입니다. ‘곡선’과 같은 말이지요.

    이처럼 눈높이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배우는 아이들에게 맞추면 좀 더 쉬운 말을 골라 쓰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르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아이들한테 참 쉬운 것입니다. 토박이말로 된 쉬운 말을 두고 굳이 초등학교 배움책에 한자말을 써서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많은 분들이 쉬운 배움책 만들기에 뜻을 같이해 주시는 날이 얼른 오기를 바랍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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