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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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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71세' 할머니 16명 초등 졸업장 받았다

창원 한울학교 첫 ‘학력인정 졸업식’
2017년 성인문해교육 기관 지정 후
3단계 교육 이수 할머니 16명 졸업

  • 기사입력 : 2019-01-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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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식 가운을 한 분 한 분의 책상 위에 올려놓는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30일 경남도교육청으로부터 ‘초등 졸업 학력’을 인정받은 한울학교 평화반 담임 문정자씨는 한글조차 깨치지 못해 평생을 어렵게 살아온 할머니 16분의 생애 첫 정식 졸업식을 마친 뒤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 가톨릭여성회관 부설 한울학교에서는 졸업생 16명과 가족, 그리고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이종엽 경남도 여성특보, 김경영 경남도의원 등 약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학력인정 졸업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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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전 창원시 마산회원구 가톨릭여성회관에서 한울학교 학력인정 1회 졸업식이 열렸다. 영상자료를 보며 웃는 졸업생 사이에서 한 졸업생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김승권 기자/

    졸업생 평균 연령은 71세, 최고령자는 82세이다.

    1984년 문을 연 한울학교는 2017년 경남도교육청 학력인정 성인문해교육 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3단계 교육과정을 이수한 대상자에게 초등 학력 인정 졸업장을 수여하고 있다. 그 첫 졸업생이 이날 배출된 것이다.

    이날 졸업한 할머니들은 대부분 과거 열악한 가정환경, 개인적인 사정 등 여러 이유로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해 한글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한울학교 학생회장 김귀임(65)씨는 “10살도 되기 전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에서 살면서 배움의 기회는 꿈꾸기 어려웠다. 친구들 계모임에서 노래방에 가면 부르고 싶은 노래를 책자에서 찾지 못했다. 친구들이 대신 찾아주고 했었다”라며 “지금은 내가 다 할 수 있고, 처음으로 졸업식을 하니 목이 멘다”고 말했다.

    이날 가톨릭여성회관 입구 쪽 복도에 게재된 졸업반 할머니들의 시화 작품에도 그간 글을 몰라 겪었던 아픔과 글을 깨치면서 얻게 된 기쁨이 함께 녹아 있었다. ‘눈을 뜬 장님’이라는 제목의 한 시화에는 “옛날에는 은행도 병원도 마음대로 못 갔지만, 그것도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인가 싶었지만, 이제는 조금이나마 글을 배우고 보니 남들과 말도 통하고 간판도 눈에 쏙쏙 들어오네요”라고 적혀 있었다.

    ‘여자라서’라는 제목의 시화에는 “내가 태어나서 내 손으로 글을 한 자 써봅니다. 쓰고 보니 마음이 흐뭇합니다… 글을 한 자 쓸 수 있어서 참 행복합니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는 글이 담겼다.

    어떤 할머니는 ‘나의 인생’이라는 시화를 통해 “공부를 하면서 늦었지만 나를 칭찬을 하려고 해봅니다… 내가 나를 한 번도 칭찬을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나의 인생에 대해 잘 살았다고 위로해주고 싶다”고 전하기도 했다.

    박 교육감은 졸업식 축사를 통해 “나이를 잊고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어려운 과정을 마친 어르신들에게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다.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발판 삼아 더 넓은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시길 빈다”고 말했다.

    안대훈 기자 ad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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