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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 이식위천(以食爲天) -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9-03-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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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꼭 먹기 위해서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유사 이래로 가장 떨어져 27%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러나 유사 이래로 먹을거리는 가장 풍성하다. 다른 나라에서 온갖 것을 다 수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먹을거리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요리 종류도 최근 들어 많이 늘어났다. 요리의 본고장은 중국이다. 중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먹는 것을 더 중시한다. 중국의 요리는 필자가 헤아려 본 것은 아니지만, 대략 1만5000종류나 된다고 한다. 일류 요리사라도 평생 1000가지 이상의 요리를 만드는 경지에까지는 가지 못한다고 한다. 중국의 큰 식당에 가면 메뉴 책이 몇백 페이지 되고, 요리 종류는 몇천 가지가 되는 듯하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많은 메뉴 가운데서, 골라 시키면 금방 음식이 나오는 점이다.

    우리나라 텔레비전에서 요즈음 요리에 관한 방송이 많이 나오는데,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요리강습하는 프로는 그래도 괜찮다 할 수 있지만, 코미디언들이 나와서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거나 폭식하는 것을 마치 장기인 양 하는 프로는 문제가 심각하다.

    신성한 음식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은 음식에 대한 모독이다. 지금 도시에서 자라고 사는 젊은 사람들은 음식이 귀중하다는 것을 잘 모른다.

    옛날 시골에서 살 때 홍수나 가뭄이 들면 모두가 큰 걱정을 한다. 홍수나 가뭄이 지나가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고, 그 뒤에는 반드시 심각한 흉년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흉년이 오면 수많은 백성들이 굶어죽으므로, 임금이 홍수나 가뭄이 들면 제사를 지내고, 자기가 먹는 음식 가짓수를 줄이고, 억울한 죄인을 조사해 석방하는 등의 조처를 취했다.

    필자도 농촌에서 자랄 때는, 지금은 모내기할 때, 콩 심을 때, 참깨 거둘 때, 고구마 캘 때 등등을 다 알고, 가뭄과 홍수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도시에 와서 사니까, 처음에는 조금 기억이 되더니 얼마 지나자 깨를 언제 심는지 관심이 점점 사라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식량자원의 중요성을 자기도 모르게 잊게 됐다.

    식량자원이 풍부하다고 신성한 음식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 밥이나 반찬을 먹을 만큼 담아서 먹어야지 남겨서는 안 된다. 돈을 남기거나 재산을 남기거나 좋은 책을 남기거나 좋은 말을 남기거나 하면 모두가 좋아한다. 그러나 남기는데도 모든 사람들이 안 좋아하는 것은 음식 남기는 것이다.

    식량자원이 풍부한 것 같지만, 미국이나 중국이 우리나라에 식량 수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하루아침에 다 굶어죽을 만큼 심각하다. 그러니 음식을 남겨서도 안 되고, 음식을 가지고 장난쳐서도 안 된다.

    한(漢)나라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지은 사기(史記)에 ‘왕 노릇하는 사람은 백성으로 근본을 삼고,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는 말이 있다. 백성이 없으면 나라가 존속할 수가 없고, 왕이 왕 노릇할 수가 없다.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처럼 여긴다. 결국 먹는 것이 국가 존속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음식을 낭비하거나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以 : 써 이. *食 : 먹을 식.

    *爲 : 할 위. 天 : 하늘 천.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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