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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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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문단 버팀목’ 고 서인숙 작가 삶과 작품 돌아본다

창원시립마산문학관 제42회 특별기획전
‘백해 서인숙 선생 작품·유품전’ 열어
육필원고·저서·조각보 등 수집품 선보여

  • 기사입력 : 2019-03-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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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문단의 버팀목’ 고 서인숙 선생을 기리는 전시가 마련됐다.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은 제42회 특별기획전 ‘조각보 건축, 시가 되다-백해 서인숙 선생 작품 및 유품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인숙 선생 추모 모임 회원들과 문학관이 한 달여 동안 준비한 것으로, 시인이자 수필가로 활동하며 마산 문단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선생을 추모하고 작품세계와 생애를 되돌아보기 위해 기획됐다.

    메인이미지 고 서인숙 선생

    백해 선생은 1965년 ‘현대문학’에 수필 ‘바다의 언어’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1979년 ‘현대문학’에 시 ‘맷돌’로 시인의 길도 걷게 됐다. 이후 수필집 ‘타오르는 촛불’과 ‘최후의 지도’, 시집 ‘먼 훗날에도 백자는’, ‘그리움이 남긴 자리’, ‘세월도 인생도 그러하거늘’, ‘오렌지 햇빛’, ‘조각보건축’, ‘청동거울’ 등을 펴내며 50년 동안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다. 40대에 마산문인협회 회장을 두 번 역임했으며, 한국여류수필가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수필가회 이사도 맡아 전국적으로 활동했다.

    선생은 1931년 대구에서 태어났지만 2016년 84세를 일기로 눈감는 날까지 줄곧 마산을 ‘영원한 고향’이라 부르며 애정을 드러냈다. 문학과 삶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마산은 내 영원의 고향이며 인생의 고향이다. 그리고 생애의 고향이다. 호수 같은 잔잔한 바다, 그 바다를 안고 있는 무학산, 용마산, 제비산 등의 언덕 같은 산을 보며 살아왔고 살고 있다. (중략) 산다는 것, 살아 있다는 생생함을 느낄 수 있고 바라볼 수 있는 곳이 여기에 있기도 하다. 내 살아 마산은 나의 영토다’ -수필 ‘고향, 그 무한의 향수’ 중 일부-
    메인이미지 고 서인숙 선생 유품

    선생은 먹고사는 게 어려운 시대에도 예술계 선후배를 모른 체하지 않았다. 마산문인협회 회장을 맡을 당시엔 ‘마산문학’을 자비로 펴내기도 했고 6년 동안 백자화랑을 운영하며 지역 예술인들을 도왔다. 이번 전시는 선생의 삶이 묻어나는 유품이 가득하다. 성당 가는 ‘새벽하늘의 별밭’을 문학의 고향이라던 시인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는데, 십자가와 김수환 추기경과의 사진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저서와 기록, 유언 등 생애 자료, 그리고 도자기, 조각보, 청동거울 등 수집품이 함께 전시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육필원고’이다. 김명희 시인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선생이 남긴 육필원고를 보게 됐는데, 당신처럼 단정하고 꼼꼼하게 기록돼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강지연 시인은 “대외활동 탓에 작품세계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는데, 미발표 원고들을 찬찬히 보니 수준이 높아 재평가하는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5일 오후에 열린 열림식에는 추모 모임 회원들과 유족, 문인, 시민 등 50여명이 참여해 추모시 낭송과 추모 수필 낭독, 시노래 등이 진행됐다. 이날 고영조 시인은 선생의 작품세계를 평했다. 고 시인은 “전쟁의 트라우마로 전반기엔 시적 대상에 대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는 형식인 반면 후반기엔 고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시를 쓰면서 매우 절제돼 있고 추구하고자 하는 미의식도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조각보를 깁는다/조선의 기와집 마을이 아닌 새로운 도시/높고 낮고, 삼각, 사각 색색으로/명주천, 모직천, 무명천이 이웃 되어 살고 있다 -시 ‘조각보 건축’ 중 일부-

    전시회의 제목과 같은 이 시에서 선생은 서로 다르지만 어울려서 아름답게 살아가야 하는 우리 삶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향한 삶의 지표를 전했다.

    전시는 오는 4월 12일까지 창원시립마산문학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문의 ☏ 225-7192.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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