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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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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52) 제24화 마법의 돌 52

“진짜 장사하는 법을 배워보세요”

  • 기사입력 : 2019-03-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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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을 그냥 나누어주라는 류순영의 말이 터무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쌀을 그냥 두면 썩어요. 쥐새끼도 들끓고요. 사람은 안 먹이고 쥐새끼를 먹일 생각이에요?”

    류순영은 그동안 장사에 대해 일절 관여하지 않았으나 처음으로 자기 주장을 했다.

    “무슨 소리요?”

    “창고에 그냥 두면 썩거나 쥐새끼들 먹이밖에 더 돼요? 귀한 쌀을 그렇게 낭비하면 벌을 받아요.”

    “그렇다고 돈 주고 산 걸 그냥 나누어 줘? 이번에 쌀을 사느라고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당신도 잘 알잖아?”

    “누가 그냥 주래요? 우선 쌀을 주고 나중에 갚으라고 해요.”

    류순영은 의외로 단호했다.

    “담보는?”

    “가난한 사람들이 무슨 담보가 있어요?”

    “그러다가 떼어먹으면 어떻게 해?”

    “쥐새끼 먹인 셈 치면 되잖아요?”

    “허어. 어이가 없네.”

    이재영은 류순영에게 고개를 돌렸다. 류순영이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 살림을 성실하게 한 것은 사실이었다. 사치를 부리지도 않고 강짜를 부린 일도 없었다. 그녀가 반듯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장사는 문외한이었다. 장사에 관여하지 않았으면 싶었다.

    “이자는?”

    “이자는 무슨 이자예요?”

    “그럼 이자도 없이 빌려주라구?”

    “빌려주는 게 아니라 보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라 장사꾼이오. 당신이 하자고 하는 대로 할 수 없소.”

    이재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류순영의 말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류순영이 잠시 허공을 쳐다보았다.

    “쌀을 어떻게 할 거예요? 대책은 있어요?”

    이재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막대한 손해를 볼 것은 확실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뭐 마땅한 대책은 없소.”

    “그럼 막대한 손해를 보겠네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이재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장사를 하다가 보면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다르다. 일본에 불경기가 몰아쳐 조선에서 가져가던 쌀이 절반으로 줄었다. 미곡상들은 창고에 쌀을 쌓아놓고 전전긍긍했다. 그런데도 가난한 농민들은 굶어죽는 사람이 많았다.

    미곡상들뿐 아니라 이재영도 막대한 손해를 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진짜 장사하는 법을 배워보세요.”

    먼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이재영에게 류순영이 말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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