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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 무렵 - 김복근

  • 기사입력 : 2019-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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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를 부르느라 연신 손을 비벼댔다

    꽃뱀이 지나갔다 풀섶이 흔들렸다

    새순은 촉촉한 눈매 수련처럼 수련댄다

    바람 나 벙근 꽃잎 난분분 휘날리고

    물오른 자작나무 거자수를 길어내듯

    곡우물 곡우사리에 씻나락*도 몸을 튼다

    *볍씨의 토속어

    ☞ ‘곡우’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로 청명과 입하 사이에 들어 있으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30도에 해당할 때입니다. 양력 4월 20일경이 되며, 이때부터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됩니다. 곡우 때쯤이면 봄비가 잘 내리고 백곡이 윤택해져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위하여 볍씨를 담가둡니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인즉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말입니다.

    농부들은 노심초사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며 온 마음을 받쳐 ‘비를 부르느라 연신 손을 비벼’될 수밖에 없지요. 우리는 현재 최첨단의 장비로 일기를 예측하는 스마트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아버지와 그 아버지들은 마른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이 타들어가지 않았겠습니까. 시인은 옛 농촌 풍경을 회상하며 질곡한 삶의 현장을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꽃뱀이 지나’가는 자리를 유심히 바라봅니다. 바람 없이도 풀섶이 흔들립니다. 꽃뱀으로 인해 흔들리는 봄비 같은 서정이 ‘벙근 꽃잎’으로 ‘난분분 휘날리고’ 있습니다. 물오른 자작나무 거자수 봄날, 농부와 시인의 마음 길을 따라가다 보면 스마트한 이 시대에도 ‘곡우물 곡우사리에’ 몸을 트는 볍씨들처럼 우리네 인생도 환해질 것입니다. 임성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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