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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통영국제음악제 결산] 고전·현대 아우르는 명곡 무대 ‘브라보’

지역 예술인 참여·지역성 부족 아쉬워
객석 점유율 평균 75% … 완성도 높아
윤이상 작품 집중 연주되며 선생 기려

  • 기사입력 : 2019-04-1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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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통영국제음악제가 올해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2019 통영국제음악제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총 25회 공연이 마련됐다.

    ◆객석 점유율 75%= 올해 음악제는 관객 동원과 음악제 기획 완성도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른 음악회에서 많이 연주되는 곡뿐만 아니라 쉽게 접하지 못하는 현대음악 등 레퍼토리가 넓고 평균 75%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해 비교적 높은 티켓 파워를 자랑했다.

    올해 주제는 ‘운명’으로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그를 기리는 음악들과 윤이상 선생의 곡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음악제의 주제를 한눈에 보여주는 개막공연에는 지휘자 미하엘 잔데를링이 이끄는 스위스 명문 악단인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무대에 올랐다.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과 이튿날 윤이상의 ‘화염 속의 천사’를 연주해 객석을 사로잡았다.

    음악제 내내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명곡들로 구성돼 관객들로부터 알찬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세계 최고의 현대음악 전문 현악사중주단인 아르디티 콰르텟, 스타 클라리네티스트 벤젤 푹스, 플루티스트 김유빈, 소프라노 서예리, 베이시스트 에딕손 루이스, 바이올리니스트 베로니카 에베를레·송지원, 하피스트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과 악단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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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오후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협연을 하고 있다./통영국제음악재단/

    ◆‘난민’·‘민주화’ 메시지 전달= 올해 음악제에서는 음악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윤이상이 마지막으로 완성한 세 작품 ‘화염 속의 천사’(1994), ‘에필로그’(1994), ‘오보에 콰르텟’(1994)이 모두 연주됐다. 그중 ‘화염 속의 천사’는 선생의 후기 작품으로 1980년대 독재에 맞서 분신으로 저항했던 청년들을 추모한 곡이다. 윤이상은 생전에 화염은 분신을 의미하고 천사는 종교적 의미가 아닌 실천하는 인간을 상징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콜로이드 음향(1961), 첼로와 하프를 위한 이중주 (1984), 현악사중주 6번(1955), 교향곡 3번 (1985), 유동(1964), 밤이여 나뉘어라(1980)와 초기 가곡 등 윤이상 작품이 집중적으로 연주돼 선생을 기렸다.

    또한 윤이상의 수제자이자 세계적인 작곡가인 도시오 호소카와는 일본 전통 가무극 노(能)를 대표하는 ‘후타리 시즈카’를 오페라로 재창작한 ‘바다에서 온 여인’을 선보였는데, 최근 한국 사회가 직면한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도시오 호소카와는 “모든 사람이 각자의 문제와 비극을 갖고 있다”며 “내가 가진 음악 언어로 이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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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오 호소카와의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

    ◆이색 프로그램 눈길= 음악당에서 열린 공식공연 25회 이외에도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됐다. 통영국제음악제에 참여한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욕지도를 찾아 ‘스쿨 콘서트’를 열었다. 세계적인 거장이 초등학생 36명, 중학생 10명을 위해 무대에 올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았다. 또 통영국제음악제 레지던스 작곡가인 도시오 호소카와가 한국의 젊은 작곡가들을 위해 2~5일 마련한 작곡아카데미는 6명 선발 정원에 56명이나 몰려 인기를 끌었다.

    ◆과제= 지역을 아우르는 음악제로 거듭나야 한다는 점은 과제로 남았다. 윤이상국제콩쿠르 역대 우승자들이 프랑스 리즈,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통영국제음악제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악제로 손꼽히고 있다. 덕분에 통영은 2015년 유네스코로부터 ‘음악 창의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던 통영은 ‘아시아의 잘츠부르크’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지역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국내에는 통영국제음악제 외에도 대관령음악제(7월)와 제주국제관악제(8월), 대구국제오페라축제(8~10월), 대관령겨울음악제(2월) 등 클래식 음악제가 열린다. 주요 클래식 축제는 각 지역 관광 자원과 결합돼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문화 상품으로 자리매김 중이지만 지역민의 정서에 맞는 음악 프로그램 개발과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는 아직 부족하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가 A씨는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한 무대에 서는 기회가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절실하다”며 “주요 공연이 어렵다면 지역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선 공연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져 다음 공연이 지연되는 등 운영 미숙으로 관객들의 불만을 샀다. 이지민씨는 “훌륭한 연주자들이 무대에 서는 만큼 공연시간과 커튼콜 시간 등을 감안해 일정을 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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