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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 천리장정(千里長征) - 먼 천리 길을 가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9-04-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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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는 관료나 몇몇 부유한 양반들이 말을 타고 다닌 것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걸어 다녔다.

    농사일을 하는 사람이나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밥 먹을 때나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쉬지 않고 걷고 움직였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일 먼길을 걷고 물건을 지거나 이거나 들고 다녔다.

    조선 말기 처음으로 철도가 부설됐고, 일제 때부터 시외버스가 생겨 걷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부터는 자가용 자동차를 구비하게 되니, 걷는 일이 거의 없게 됐다.

    그러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걷는 일은 힘드는 일이 되어 걷지 않게 됐다.

    영양분이 남게 되니 당뇨병 고혈압 등등 각종 질병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건강을 위해서 각종 운동이 생겨났다. 걷기 운동도 그 가운데 하나다. 요즈음 각종 단체에서 걷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금년 2019년은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께서 벼슬을 버리고 마지막으로 고향에 돌아간 해로부터 450주년이 된다. 이를 기념해 지난해 9월부터 도산서원 참공부모임에서 김병일(金炳日) 도산서원 원장의 발의로 퇴계선생의 길을 따라 걷기로 결정하고, 철저한 기획과 사전답사를 거쳐 실행에 옮겼다. ‘퇴계선생 마지막 귀향 450주년 재현’이라는 제목을 걸고 재현단을 구성했는데, 필자는 부단장으로 임명돼 전 구간을 걷는 데 참여하게 됐다. 전 구간의 길이가 320㎞인데, 중간에 충주호가 있어 퇴계선생께서 지나간 길이 수몰이 돼 배로 움직인 구간이 있어, 실제로 걸은 거리는 270㎞ 정도 됐다.

    지난 10일 서울 봉은사(奉恩寺)에서 출발해 안동시에 있는 도산서원에서 21일 해단식을 가졌다.

    단순히 걷는 것만 아니고, 중간중간에 지역민들을 초청해 학술강연회, 시 낭송회 등 20차례에 걸친 학술 문화 행사를 하면서 지나왔다.

    매일 생활전선에서 힘든 일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열흘 남짓 걸었다고 가는 곳마다 너무 환영을 해 주고, 대단한 사람인 양 칭찬해 주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몸으로 걷는 재현단 못지않게 기획하고 진행하고 지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더 수고했는데, 걸은 사람만 무슨 일을 한 것처럼 칭찬받는 결과가 됐다.

    사람은 편안하게 지내면 잡념이 더 많이 생기고, 갈등이 더 많이 생긴다. 적당한 육체운동은 정신을 맑게 하고 즐겁게 한다. 내년에 퇴계선생이 다닌 길을 다시 걷는 행사가 있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를 바란다.

    스페인의 산티에고 길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우리나라의 퇴계선생이 걸은 길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에 처음으로 퇴계선생의 길을 걸었는데, 앞으로 세계적인 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千 : 일천 천. *里 : 마을 리.

    *長 : 길 장. *征 : 정벌할 정. 갈 정.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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