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9일 (월)
전체메뉴

방심해선 안될 체내 기생충

기척도 없이 들어와 살더니 병만 주고 가려고?
징글징글한 녀석들… 내 몸에서 당장 나가!

  • 기사입력 : 2019-04-28 22:00:00
  •   

  • ‘국민학교’ 시절인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매년 대변 검사를 받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며칠 후면 “김○○, 박○○ 나온나. 니는 몇 알 니는 몇 알, 이거 집에 가서 먹으래이”라고 하시며 친절히 약까지 챙겨주시던 선생님이 떠오를 것이다. 당시에는 이처럼 대변을 통해 발견된 기생충 충란으로 기생충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이런 노력 때문이었을까, 최근에 우리 주변에선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게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1년 내내 노출된 기생충 감염

    인체 기생충은 거의 모든 부위에 걸치지만 특히 회충, 십이지장충, 편충, 요충과 같이 소화기관에 기생하는 것이 많다. 드물지만 혈액 중에도 기생하는 것이 있고(말라리아병원충·일본주혈흡충), 간에 기생하는 것(간흡충), 폐에 기생하는 것(폐흡충) 등도 있다. 일반적으로 성충으로서 기생하지만, 때로는 그 유충기에 기생하는 것도 있다(선모충·위립촌충). 인체에 침입하는 경로는 주로 입과 피부이다.

    메인이미지

    기생충 퇴치가 본격화한 것은 1964년에 기생충 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민간단체인 ‘한국기생충박멸협회’가 창립되면서부터이다. 2년 뒤 ‘기생충질환예방법’이 제정됐고, 1969년에는 대변 집단검사가 시작됐다. 1971년 84.3%였던 전국 기생충 감염률은 1976년 63.2%, 1981년 41.1%를 거쳐 1986년에는 12.9%로 줄어들었으며 1992년부터는 4% 이내의 낮은 감염률을 보였다. 결국 소임을 다한 대변 검사는 1995년 폐지됐고, 가장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기생충 감염률은 2013년 기준으로 2.6%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요즘도 구충약을 먹어야 할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전 국민의 2.6%면 아직도 약 130만 명의 감염자가 있다는 얘기다.

    기생충 박사로 알려진 서민 교수가 저술한 ‘서민의 기생충 열전’에 등장한 회충을 예로 들어보면 연한 노란색을 띠는 지렁이 모양의 기생충으로 암컷의 길이는 30㎝, 수컷은 그보다 작다. 암컷 회충은 소장에서 살며 알을 낳고, 그 알은 대변을 통해 인체 밖으로 배출된다. 이러한 회충이 1950년대에는 국민 1인당 평균 50마리가 체내에 있었으며, 회충 1마리가 하루 20만 개까지 알을 낳으니 어마어마한 숫자의 회충의 충란이 화장실에 들어 있었을 것이다. 과거엔 이러한 대변이 비료로 사용되며 농작물의 재배가 성행하다 보니 회충의 알은 전국의 논과 밭에 뿌려져 농작물에 옮겨졌을 것이고, 수확해 섭취함과 동시에 우리의 몸속에는 회충의 충란이 들어오게 된다. 그리고 충란이 부화한 지 2~3개월이 지나고 봄이 되면 30㎝ 크기의 성체로 자라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엔 구충약을 먹어 회충을 없애야 했던 것이다. 김치를 예로 들자면 겨울에 갓 담근 김치를 먹으며 회충의 충란이 인체에 들어오게 되고 김장 김치가 소진될 여름 즈음에는 배추 겉절이를 해 먹으면서 다시 한 번 충란을 접하게 되다 보니 1년 동안 회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자주 회충과 마주하다 보니 봄, 가을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구충약을 먹어야 했다. 회충의 전파가 인분 비료를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부는 인분 비료 사용의 제한과 민관이 함께 나선 기생충박멸 정책으로 우리는 회충과 작별할 수 있었다.

    ◆기생충에 맞는 구충제를 복용해야

    국내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 구충약에는 플루벤다졸(flubendazole)과 알벤다졸(albendazole)이 있다. 그중 알벤다졸은 다양한 기생충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되는 약물로서 특히 회충에서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그 외에도 편충, 요충 감염에 사용하기도 한다. 편충 감염은 치료약제로 알벤다졸과 플루벤다졸을 사용할 수 있으나 이 두 약제를 사용해도 완치율은 높지 않다. 요충 감염 치료 약제로도 알벤다졸, 플루벤다졸을 투약한다. 그러나 요충 치료는 좀 복잡해서 1회 복용으로 끝나지 않고 20일 뒤에 한 번 더 복용해야 한다. 그것은 인체 내에 있는 요충의 발육 시기가 다양한데 어린 요충은 약에 잘 듣지 않는다. 요충은 알에서 깬 지 한 달이면 성체가 되니, 10일 된 어린 요충은 20일이 지나 성체가 되어야 약물 치료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감염된 사람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고 있는 가족 구성원 모두를 치료해야 한다.

    한양대 한마음창원병원 소화기내과 이창민 교수는 “요충은 우리 몸의 항문 주위에서 알을 낳기 때문에 항문이 가려울 수 있는데 우리 가정에 어린 아이가 요충 감염으로 밝혀지면 온 가족에게 요충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항문이 가려워 긁은 손으로 가족들에게 음식이나 과자를 주는 형태로 전파가 돼서 가족 전체가 요충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함께 요충치료를 해야 한다.

    ◆기생충, 암 유발하기도

    학계와 일반인들도 흔히 알고 있는 기생충으로 현재도 많은 연구와 화두로 나오는, 간디스토마로 널리 알려진 간흡충은 2013년에 실시한 전국 장내기생충 감염실태 조사에서 양성률이 1.86%로 나타나 이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생충으로 떠올랐다. 1981년 우리나라 주요 강유역 장내 기생충 실태조사에서도, 낙동강 40.2%, 영산강 30.8%, 섬진강 17.3%로 매우 높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는 민물고기를 생식하는 음식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간흡충의 감염 경로 역시 대변을 통해서 일어난다. 담도에 살고 있는 간흡충이 알을 낳으면 대변으로 배출돼 시냇물이든 강물이든 물에 가면 충란에서 유충이 나온다. 이 유충은 민물에 사는 쇠우렁이에 기생한 채 성장하다가 꼬리가 달린 유충이 되어 물 속을 헤엄쳐 다니다가 민물고기의 근육으로 파고 들어가면서 꼬리를 떼어내고 둥근 주머니를 만들어 그 안에서 산다. 우리가 이 민물고기를 잡아서 근육을 잘라 회로 먹게 되면 감염이 되는 것이다.

    한양대 한마음창원병원 이창민 교수는 “간흡충은 20년까지 죽지 않고 체내에 살 수 있는데 간흡충이 우리 몸에 들어와 담도염, 담도 확장, 담도 내 결석 등을 일으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간흡충이 간담도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에서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간흡충이 지목된 바 있으며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함안군에서 담도암의 발생률이 인구 10만명당 15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밀양시가 142명으로 3위, 창녕군이 140명으로 4번째로 높다는 통계 결과를 통해 낙동강 인근 지역과 그 지류지역에서 담도암 발생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민물 생물의 생식을 주로 하는 사람이라면 주기적으로 간과 담도검사를 통해 간흡충의 여부를 확인하고 조기에 약물로 치료를 받는 것을 권하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도움말= 한양대 한마음창원병원 소화기센터 의학박사 이창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