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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85) 제24화 마법의 돌 85

“승전보는 계속 들어오고 있소?”

  • 기사입력 : 2019-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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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황을 위하여 죽는 것은 일본인들의 자랑이다. 조선인들은 일본인을 위하여 죽고 싶지 않았다. 징용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깊은 산골로 들어가 화전을 일구는 사람들이 많았다.

    “승전보는 계속 들어오고 있소?”

    “승전보는 보도하는데 미국과 본격적으로 전쟁을 하는 것 같아요.”

    이재영은 미국에 대해 희미하게 들었다. 조선인들에게도 미국은 이제 낯선 나라가 아니었다. 미국과 영국은 일본의 적이다. 미국은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면서 석유, 철, 설탕 등 모든 원자재의 일본 수출을 금지시켰다. 미국은 전쟁 물자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해야 하는데도 미국과 전쟁을 벌였다. 미국이 중국에서의 완전한 철수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과학문명이 발달한 나라고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와도 전쟁을 하는 나라였다.

    ‘미국이 강한 나라인 것 같은데.’

    미국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미국은 아주 큰 나라래요.”

    아들 정식이 때대로 미국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정식은 교회에 다녔는데 선교사가 미국인이었다. 그러나 일본과 전쟁이 벌어지자 미국 선교사는 돌아갔고 한국인 목사가 교회를 이끌고 있었다. 한국인 목사는 미국에서 3년 동안 신학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이재영은 류순영과 함께 목사관에 초대받아 저녁식사를 함께한 일이 있었다.

    “미국은 아주 큰 나라입니다. 비행기와 탱크, 함대를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목사 한선익이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석유, 농장의 곡류 생산, 거대한 공장 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일본에 비해 국력이 어떻게 됩니까?”

    “글쎄요. 일본은 상대가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재영은 한선익에게 한 시간이 넘게 미국 이야기를 들었으나 자세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그 후 틈만 나면 미국에 대해서 살폈다. 세계지도에서 미국을 보았고, 미국에 대한 책도 읽었다. 미국은 확실히 거대한 나라였다.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하면 패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도 일본은 광기가 휘몰아쳐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장사가 안 되는데 문이나 열어놓고 있으니.”

    이재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장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문을 열어놓고 있어도 손님은 5, 6명밖에 오지 않았다. 팔 물건도 마땅치 않았고 살 사람도 없었다. 이재영은 전쟁 때문에 우울했다.

    식량도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도 류순영이 인심을 베풀었기 때문에 시골 사람들이 감자도 가져다가 주고 보리쌀도 가져다가 주었다. 조선인들이 궁핍해지자 일본인들도 궁핍해졌다. 류순영은 감자와 쌀을 후지와라의 집에도 나누어주었다.

    “번번이 미안해서….”

    후지와라의 아내가 고마워했다.

    “여보, 우리 절이나 다닙시다.”

    하루는 류순영이 말했다.

    “절?”

    이재영은 류순영이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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