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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하나 - 윤정란

  • 기사입력 : 2019-06-13 08: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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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에는 목욕탕 낮에는 아파트로

    쪽잠을 쪼개가며 청소하던 그 친구

    찬물에 밥 말아먹는 쪽박마저 깨어질라

    거울 앞에 엎드린 순둥이 조막손이

    제 이름에 문패 단 번듯한 집 사고서도

    손발에 물마를 날 없이 청소를 한다는데

    세상에 더러운 건 무조건 씻고 보는

    오늘 목욕탕에 와 묵은 때를 벗기다가

    마음속 거울을 비쳐 속진까지 닦아낸다

    ☞ 당신은 가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는가요? 어쩌면 ‘거울’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선명한 길 하나를 보는 일일 것입니다. 지금 서 있는 길에 안주하거나, 과거의 길을 회상하면서 잔주름의 수를 새어보거나, 미래의 길을 유추하며 옷매무새를 추스르고 찬란한 꿈도 꿔 보겠지요.

    윤정란 시인의 〈거울 하나〉를 감상하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어떻게 살아온 것이, 아니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 잘 살아가는 인생일까요?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굳이 정답을 찾고자 한다면 그것은 고된 인생이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악물고 한번 억척스럽게 살아보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는 그 어떤 정답도 찾을 수 없으니까요.

    ‘제 이름에 문패 단 번듯한 집 사고서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시 속의 주인공 삶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가슴 짠할 정도의 고달픈 인생입니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을 보며 속진까지 닦아내는 그에게도 한때의 부푼 꿈은 있었을 테니까요. 어쩌면 이런 우리 부모 세대의 억척은 자식들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요? 우리를 반성하게 하고 교훈을 줍니다. 오늘 거울을 들여다보며 선명한 길 하나를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길이 희망의 길이길 빕니다. 임성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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