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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 정이경

  • 기사입력 : 2019-06-26 20: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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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를 타면 늘 맨 뒷자리에 앉았다 담벼락에 잇

    대어 핀 칸나꽃 바라보기 좋아서? 강을 배경으로

    둔 풍경을 보는 일도 지루하지 않아서? 자꾸 뒤처

    지는 낮은 산과 들 또는 구름에 잘 가라 잘 가라…

    희미한 미소와 함께 건네는 짧은 작별이 쉬워서였

    을까

    어릴 적부터 달리기를 할 때마다 옆 친구들과 부딪히

    는 게 두려워 지레 피해 주기만 하여 1등은 늘 내

    몫이 아니었다 커브 지점을 도는 동안 잠깐 무너지

    며 다가오는 세상과도 익숙지 않았다 지금도 앞쪽

    으로 쏠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내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일까

    ☞ 앞만 바라보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을 살고 있는 우리는 한 번쯤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고 회한(悔恨)에 젖기도 하고, 권토중래(捲土重來)와 일취월장(日就月將)을 꿈꾸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그러한 가운데 시인은 늘 삶의 뒷자리에 조용히 앉아 독자들에게 잠깐씩 굽이굽이 흔들리는 생애를 두고 애써 낮추고 비워가는 자신의 내심을 말한다.

    ‘담벼락에 핀 칸나꽃을 바라보기 위해서’ 이거나, 지나가는 ‘풍경들이 지루하지 않아서’ 그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님을. 또, 달리기를 할 때마다 친구들이 두려워 1등의 자리를 내어 준 것도 결코 아니었음을.

    문득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능히 중요한 위치에 올라갈 것이고, 이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적을 만나게 된다’(굴기자屈己者, 능처중能處重. 호승자好勝者 필우적必遇敵)는 명심보감(明心寶鑑) 계성편(戒性篇) 글귀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이상하게도.

    강신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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