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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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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감염되는 ‘유행성 눈병’

올여름엔 제발 핏발 세우지 마세요

  • 기사입력 : 2019-07-14 20: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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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갓 사회초년생이 된 직장인 이민주(25)씨는 작년 여름 친구들과 함께한 바캉스만 생각하면 아쉽기만 하다. 짧은 일정 속에 친구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들떠 계곡에서 물놀이를 한 뒤, 숙소에 돌아오고 나서 눈이 질끈 감길 정도로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급한 대로 근처 응급실을 가봤더니 감염성 눈병 같다는 소견에 아쉬워하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짐을 싸서 집에 올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장마가 이어지며 여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가족들과 친구, 연인들과 함께 물놀이를 많이 계획하는데, 신나고 즐거운 추억을 뒤로한 채 전염성이 강한 눈병에 걸려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역시 이 시기에 많아진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유행성 눈병과 예방 방법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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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온다습, 바이러스성 눈병 전파하기 좋은 환경

    강한 자외선과 햇빛, 고온다습한 환경이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대체로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성 눈병인 유행성 각결막염과 급성 출혈성 결막염(아폴로 눈병)이 창궐하기 좋은 시기다. 문제는 이 질병이 강한 전염성으로 주변사람들에게 쉽게 전파가 된다는 것인데, 사실 바이러스성 눈병은 연중 걸릴 수 있지만, 물을 매개로 전파되기가 가장 쉽기 때문에 물놀이가 많은 여름철에 쉽게 발병하고 또 순식간에 전파되는 경향이 높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유행성 각결막염은 평균 2~3주가 지나면 별 문제가 없이 낫는 단순 결막염과는 달리 약 1주일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눈이 급격하게 충혈되며 모래알이 굴러다니는 듯한 증상과 더불어 눈의 이물감, 눈꺼풀 부종 등의 증상도 함께 동반하게 된다. 첫 1주일간은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데 심할 경우 귀 밑 임파선이 부어 멍울이 만져지거나 통증, 눈에서 피눈물이 나는 경우도 동반되는데, 대체로 발병한 환자의 50%에서는 눈부심 증상도 호소하는데 이는 각막손상에 의해 생기는 증상이다.

    아폴로 눈병으로 잘 알려진 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1969년 아프리카 가나에서 처음 확인되면서 그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눈병이다. 발생 시기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과 일치하면서 아폴로 눈병으로 불리게 되었다. 유행성 각결막염과 더불어 여름철 대표적인 눈병이지만 잠복기가 8~48시간으로 짧아 바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이 유행성 각결막염과는 차이가 있다. 눈이 심하게 충혈되며 통증을 느끼고 뭔가 들어간 듯한 이물감과 가려운 느낌, 눈부심, 눈물, 부종이 생기고 열과 기침을 동반한 몸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급성 출혈성 결막염은 매년 유행하지는 않지만, 한 번 발생하면 전국적으로 유행할 만큼 전염성이 대단히 빠르고 강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런 눈병은 집단생활을 하거나 사람들이 많은 곳을 다녀온 뒤에 주로 발생하고 특히 아동 및 청소년층에서 많이 발생하게 된다. 한양대 한마음창원병원 안이센터 안과 이상준 교수는 “대부분 눈병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도 많지만, 환자가 사용한 물건을 통해서도 감염이 될 수 있으므로 집단으로 공동생활을 하는 곳에서 특별히 감염예방과 소독, 위생관리에 철저한 주의와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료보다는 전파에 주의

    바이러스성 독감처럼 바이러스성 눈병 역시 바이러스를 죽이는 치료제는 현재 없는 상태다.

    유행성 각결막염의 경우, 2차적인 세균감염 등을 막기 위해 광범위 항생제가 포함된 점안액을 사용하며 각막 혼탁이 동반될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성분의 안약을 사용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후유증이 없이 치료되나 심할 경우에는 각막의 손상이 커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심한 통증과 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치료용 콘택트렌즈와 인공눈물 등으로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드물게는 시력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각막이 손상되어 생길 수 있는 후유증이다.

    급성 출혈성 결막염 역시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 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1~2주 정도 뒤에는 자연적으로 치유되는데, 문제는 이 두 질병 모두 앞서 소개했듯 감염 전파력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같이 사용하는 수건에서도 감염될 수 있는 만큼 가급적 다른 사람이 사용한 세면도구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전파가 매우 빠른데, 이상준 교수는 “학생들 중 일부는 눈병이 걸리면 학교를 안 간다고 일부러 친구들의 눈을 만져 감염을 시키기도 하는데, 손을 직접적으로 사용해 기존환자의 안구에 손상을 줄 수도 있고, 감염된 후 손의 세균과 더불어 각막손상으로 회복될 수 없는 시력저하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해선 안될 일”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 눈의 피로가 많은 여름철, 안질환 예방

    감염성 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비단 옆사람뿐만 아니라 버스, 지하철 손잡이, 학교의 책걸상, 문고리 등을 함께 사용하는 공동체라면 어디든 존재하게 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외출 후 돌아와 손발, 세안을 깨끗이 해 바이러스가 남아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알코올젤을 현관 앞에 비치해 손을 소독하고 집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감염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특히 눈병은 잠복기가 있어 환자가 눈병에 걸린 채 생활하면서 바이러스를 옮길 수도 있으므로 사람들이 많은 곳에 다녀오면 스스로 주의를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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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밖에도 여름철에는 강한 자외선으로 인해 눈부심, 눈물, 결막부종 등의 빛에 의한 광각막염 또는 광결막염을 일으킬 수 있는데, 유행성 눈병 등으로 결막이 손상되면 이런 빛에 의한 질병도 주의를 해야 한다. 장기간 또는 만성적으로 자외선에 노출이 되면 눈의 노화가 앞당겨져 백내장이나 황반변성, 망막염 등의 안질환에도 걸리기 쉽게 된다.

    야외 외출 시 피부보호를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듯 눈 역시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줄 필요가 있는데, 가장 간단한 것이 바로 선글라스다. 특히 라식, 라섹과 같은 시력교정술을 받은 사람들은 여름철에 선글라스를 통해 자외선으로부터 직접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렌즈의 색이 짙을수록 자외선 차단이 좋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이 교수는 “너무 짙은 색의 렌즈는 오히려 빛을 많이 받아들이려고 동공을 커지게 하는 경향이 있어 오히려 망막의 자외선 노출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렌즈의 농도를 너무 짙게 하기보단 70~80%의 농도로 하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여름철 고온다습으로 인해 눈병이 많이 생기지만 오히려 건조해서 생기는 눈병도 여름철 많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안구건조증인데, 밀폐된 사무실과 같은 공간에서 과도한 에어컨 사용은 냉방병뿐만 아니라 실내 공기가 건조해서 눈이 따갑고 뻑뻑하게 느껴지는 안구건조증을 불러올 수 있게 된다. 또한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으로 인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돌면서 안구 표면에 붙어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 평소 에어컨 속의 곰팡이와 먼지를 자주 제거해 주고 인공눈물 등을 통해 눈이 건조해지지 않게 하는 것도 안구 건조증에 도움이 많이 된다.

    1년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일 수도 있는 여름철, 철저한 감염관리와 더불어 작은 실천만으로도 충분히 눈병을 예방할 수 있다. 눈병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개인위생관리를 철저히 하여 즐거운 여름과 휴가를 보낼 수 있길 권한다.

    김호철 기자 keeper@knnews.co.kr

    도움말= 한양대 한마음창원병원 안이센터 안과 이상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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