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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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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스포츠의 전설을 만든다] (1) 진주 선명여고 배구팀

적수 없는 ‘코트의 무적함대’
1987년 창단… 우승 35회·준우승 8회
2009년부터 각종 대회 정상 휩쓸어

  • 기사입력 : 2019-07-24 21: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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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체육은 전국체육대회에서 18년 연속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100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19년 연속 상위권 달성을 노린다. 전국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펼치며 경남 체육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팀과 선수를 찾아가 본다.

    ‘레알 선명’.

    11년간 국내 여자고등학교 배구대회에서 우승을 놓치지 않으며 굳건하게 정상을 지키고 있는 무적함대 진주 선명여고 배구팀을 세계적인 슈퍼스타 축구선수들만을 영입해 스페인 프로축구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호화군단 레알 마드리드 팀에 빗대어 부르고 있는 별칭이다.

    진주 선명여고 배구팀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진주 선명여고 배구팀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진주 선명여고 배구팀은 지난 1987년 창단해 올해로 32년이 되는 전통의 배구 명문 팀이다. 그동안 선명여고 배구팀에서 배출한 수많은 선수들은 대학과 실업, 프로에서 활동해 왔다. 현재 현대여자배구단의 이다영과 흥국생명배구단의 신연경, 이재영, IBK기업은행의 변지수, 한국도로공사의 하혜진, 유서연, 이원정, GS칼텍스의 박혜민, KGC인삼공사의 최은지, 지민경, 박은진, 이예솔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선수들이 프로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진주 선명여고 배구팀은 올 6월 기준으로 우승만 35회, 준우승 8회, 3위 5회 등 출전만 하면 우승을 도맡아 해 왔다.

    특히 선명여고 배구팀의 역사가 시작된 2009년부터는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번을 제외하고는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여고배구팀에서 적수가 없는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선명여고, 왜 강하나= 강산이 변하는 10년의 세월 동안에도 한 팀이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선명여고 배구팀에는 경남 출신 선수 외에도 광주나 수원, 대구, 울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전국에 18개의 여고 배구팀이 있지만 선수나 학부모들이 선명여고 배구팀을 찾아오고 있다. 선수들을 잘 육성하는 선명여고 배구팀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지만 학부모의 금전적인 부담은 없다.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에다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면서 출신학교에 주는 학교발전지원금 등으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체육관에는 전용 배구코트 2면과 재활실, 체력단련장 등이 있어 여고 배구팀 가운데서는 시설도 최상급이다. 정규수업 후 오후 3시 30분께부터 공동훈련을 하지만 저녁시간은 선수들 개인에게 맡기는 자율훈련을 한다. 조직이 우선인 배구팀의 특성상 선수간 지나친 경쟁으로 팀워크가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선명여고 배구팀은 일찌감치 ‘공부하는 선수’ 육성을 표방하면서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은 자율훈련도 하지 않고 학교 선생님들의 재능기부로 회화 위주의 일어와 영어 특별수업을 한다. 일 년에 7개인 전국대회에도 모두 출전하지 않고 전국체전 등 굵직한 4개 대회 정도만 출전한다. 아직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인 만큼 무리하게 전 대회에 출전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학부모들도 선수들을 혹사시키지 않는 선명여고 배구팀의 팀 운영에 믿음을 보내고 있다. 친구 같은 스승인 감독과 코치, 선수간의 스스럼없는 관계도 팀워크를 배가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선명여고가 처음부터 강팀이었던 것은 아니다. 1987년 창단 후 간간이 우승도 했지만 지금의 선명여고 배구팀으로 변신한 것은 김양수 총감독의 발품이 큰 밑천이 됐다. 진주 동명중·고등학교와 경기대에서 배구선수 생활을 하고 한일합섬 배구단의 코치를 역임한 김양수 총감독은 부임 후 선수들 영입에 많은 공을 들였다. 각 학교를 돌아다니며 우선 키가 큰 학생들을 살펴보고, 주변에도 키 큰 학생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육상경기가 열리면 찾아가 선수들을 물색하기도 했다. 김 감독의 발품을 판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하며 2009년께부터 성적이 나기 시작했고, 무적 선명여고 배구팀으로 변했다. 다른 종목은 수도권에 있는 학교에 우수 선수들이 몰리지만 여자배구만 지방인 선명여고로 몰리기 시작했다. 쌍둥이 자매로 유명한 이재영, 이다영이 선명여고에 합류하면서 선명여고 배구팀의 주가는 더 뛰어올랐다.

    ◆전설은 계속된다= 선명여고 배구팀은 지난해에 전국체전을 비롯해 춘계연맹전, 태백산배, 종별선수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4관왕을 달성했지만 박혜민(GS칼텍스), 박은진, 이예솔(이상 KGC인삼공사) 등 팀을 이끌던 선수들이 졸업하면서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선명여고의 저력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지난 5월 우려 속에 열린 ‘전국남녀 종별배구 선수권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차세대 공격수로 손꼽히는 190㎝의 정호영(3년)과 이를 뒷받침하는 구솔, 황다은, 김단비, 최소미, 박혜진, 한미르, 박지원, 김세인, 양유경, 김세연 선수들의 조직력이 여전히 살아 있었다. 정호영은 높은 점프력을 바탕으로 한 블로킹은 물론 공격타점도 높아 2018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배구 성인 대표팀 1군에 발탁되는 등 팀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기에 도로공사 등에서 코치로 있다가 선명여고 배구팀으로 부임한 이광득 지도감독은 그동안 여자배구프로팀에서 얻은 노하우를 선수들에게 전수하면서 선명여고만의 끈끈한 조직력을 유지시키고 있다. 올해도 그들의 전설은 계속되고 있다.

    글·사진= 이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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