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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45) 제24화 마법의 돌 145

“그럼 열심히 살아”

  • 기사입력 : 2019-08-09 07: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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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츠코의 편지였다. 이재영은 비로소 나츠코가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그녀가 떠난 일이 믿어지지 않았다. 작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녀의 말대로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문득 그녀에게 지나치게 무심했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좀 더 잘해 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나츠코는 부산이나 여수에서 밀항선을 탔을 것이다. 해방 이후 일본과의 관계는 끊어졌으나 밀항선은 수없이 오가고 있었다.

    ‘나츠코, 잘 살기를 바랄게.’

    이재영은 나츠코의 행복을 빌어줄 수밖에 없었다.

    카페에 가서 김순영을 만났다. 그녀는 스물여덟 살이었고 혼자서 일곱이나 되는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었다.

    “나츠코가 부탁했으니 이제부터는 카페가 너의 것이다. 나츠코의 집도 네가 살아라.”

    이재영은 김순영에게 카페와 집을 양도해 주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나츠코는 최근에 일본에 있는 가족들과 편지를 자주 주고받았다고 했다. 일본을 오가는 사람들을 통해 편지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모양이다.

    “가족들이 무척 어렵게 살고 있다고 했어요. 그 때문에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나츠코가 돌아간 것은 가족들 때문인 것 같았다. 남대문에 있는 상가를 팔았으니 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배신을 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편 몰래 이재영과 불륜의 사랑을 나누었고 행복해했었다. 해방이 된 뒤에도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았었다. 가족들의 고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했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김순영이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했다.

    “신랑은 아직도 소식이 없나?”

    김순영의 신랑은 징용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았다.

    “네. 아무래도 죽었나 봐요.”

    김순영의 얼굴이 쓸쓸해졌다. 젊은 나이에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지고 있다.

    “그럼 열심히 살아.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올 거야.”

    “네. 언제든지 오세요. 사장님은 평생 커피를 공짜로 드릴게요.”

    김순영이 화사하게 웃었다. 그러나 카페 아테네에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츠코와의 석별이 이재영을 우울하게 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직 여러 여자들이 있었다. 돈이 있기 때문에 손을 뻗으면 여자들이 끌려왔다.

    궁핍한 시대였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해야 했다. 미군들에게 몸을 파는 여자들도 있었다.

    “여보오.”

    미월이 하루는 이재영에게 안기면서 콧소리를 냈다.

    “왜 이래?”

    이재영은 웃으면서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그녀는 기생이라 교태를 잘 부렸다.

    “내가 여보라고 부르면 안돼요? 본처 자리를 달라고 하지는 않을게요. 그냥 첩으로 받아줘요. 응? 돈 있는 남자들 다 첩을 두고 있잖아요? 응?”

    글:이수광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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