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0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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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791) 학무지경(學無止境)

-학문에는 끝이 없다

  • 기사입력 : 2019-08-27 0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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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에게 어떤 사람이 물었다. “선생님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학자인데, 쉬지 않고 계속 열심히 연구를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흰 종이에 크고 작은 동그라미 두 개를 그렸다. 그리고는 “물리학 가운데서 내가 아는 것은, 이 큰 동그라미 정도이고, 당신이 아는 것은 이 작은 동그라미 정도라고 합시다. 작은 동그라미는 주위에 접하는 면이 적고, 큰 동그라미는 주위에 접하는 면이 많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모르는 것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러니 열심히 연구하지 않을 수 있겠소?”라고 대답했다.

    세상만사가 다 마찬가지다. 경건한 자세로 공부해 본 사람은, 자기가 아무리 공부 열심히 해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큰소리를 칠 수가 없다.

    1971년 정부에서 한글전용정책을 추진하면서, 서울의 국립 명문대학에 한문학과를 만들라고 권유했다. 그러자 그 대학의 중문과 국문과 교수들이 “한문학은 우리가 다 하고 있으니, 필요가 없다”고 강하게 거부하였다.

    한문이라는 것이, 대학이나 대학원 다니면서 강독 몇 시간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문에 통달하려면,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다 읽고 그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제자백가(諸子百家), 중요한 역사책, 역대의 중요한 작가의 시문도 다 읽어야 한다. 기초공부하는 데 어마어마한 시간이 든다.

    필자를 두고, 간혹 실력이 대단한 줄 알지만, 사실 매일매일 모르는 것을 만나고, 두려움 속에서 산다. “여태 이것도 몰랐네”라는 탄식을 자주 한다.

    서애(西厓) 유성룡(柳成龍)선생 집안에서 ‘서애전서(西厓全書)’를 만들면서, 초서(草書)로 된 원고를 대구의 유명한 한학자에게 풀이를 맡겼다. 다시 그 원고를 서울에 사시던 용전(龍田) 김철희(金喆熙) 선생에게 교열(校閱)을 부탁했더니, 수도 없이 많이 고쳤다.

    고려대학교의 모 교수가 번역한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선생의 문집을 방은(放隱) 성락훈(成樂熏) 선생에게 교열을 맡겼더니, 원고지가 발갛도록 고쳤다. 학문의 경지는 끝이 없는 것이다.

    김철희 선생은, 평생 국사편찬위원회에 근무했는데,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등 초서로 된 원고를 정자로 풀이하는 작업을 하였고, 거기서 한문과 초서를 가르쳤다. 그러나 신분은 고용인이었다. 의료보험도 안 되었다. 별세했을 때 방송이나 신문에서 한 줄의 기사로도 다루지 않았다. 판소리, 탈춤 등은 인간문화재로 지정하여 국가에서 보호도 하고 지원도 하는데, 국가급 보물인 한학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지원도 없다.

    국사, 국문학, 철학 등을 올바르게 연구하려면 한학의 기초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실력이 있는 한학자를 보호하여 체계적으로 후계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學 : 배울 학. * 無 : 없을 무.

    * 止 : 그칠 지. * 境(竟) : 지경 경.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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