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20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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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금단의 섬’ 거제 저도가 열렸다

소박하구나, 자연 속 ‘비밀의 섬’
장목항서 20분 바닷길 달려 도착
9홀 골프장이던 잔디 정원 지나

  • 기사입력 : 2019-09-17 21: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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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오후 2시 40분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 200여명의 방문객을 태운 유람선 저도1호가 ‘47년 금단의 섬’ 저도를 향해 출발했다. ★화보 13면

    달리는 저도1호 양 옆으로 ‘저도 뱃길 개통 축하’ 현수막을 건 어선과 유람선이 뱃고동을 울리며 함께 달렸다. 멀어지는 궁농항 물양장에는 저도개방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거제시민들이 손을 흔들며 역사적인 저도 첫 방문길을 배웅했다. 강원도 양양에서 동네 주민들과 함께 내려온 최명식(67)씨는 “막상 배에 오르니 기대가 크고 설렌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통령 휴양지인 거제시 저도가 47년 만에 일반인에게 시범 개방된 17일 오후 시민들이 저도 산책로를 걷고 있다./김승권 기자/
    대통령 휴양지인 거제시 저도가 47년 만에 일반인에게 시범 개방된 17일 오후 시민들이 저도 산책로를 걷고 있다./김승권 기자/

    유람선은 3개의 주탑이 나란히 선 거가대교 첫 번째 다리 밑을 지나 20여분의 짧은 항해를 마치고 저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저도1호 이종선(68) 선장은 “바람 탓에 너울이 높아 평소보다 천천히 운항했다”고 말했다. 방문단은 양쪽으로 모래해변을 둔 길이 50m 남짓한 저도 선착장에 첫발을 디뎠다.

    양 옆으로 대기중이던 거제시 문화해설사들과 안전요원 20여명이 “신비의 섬 저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며 저도 첫 방문객들을 맞이하자 방문객들은 양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선착장을 걸으면 정갈하게 잘 관리된 잔디 정원과 마주한다. 이 정원은 이번 개방을 계기로 연리지 정원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곳이다. 이전엔 9홀 골프장이었다.

    잔디정원 왼편으로 콘도처럼 생긴 호선형 4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해군이 관리하고 있는 콘도 건물이다. 대통령 별장은 연리지 정원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다.

    이날 저도 방문객들의 첫 소감은 “소박하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시설과 탁 트인 전망이 인상 깊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울산에서 80여명이 단체로 왔다는 박선이(54)씨는 “대통령 별장이 있는 섬이라고 해서 특별한 곳으로 생각했는데 예상과 달리 여느 관광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리조트처럼 보였다. 의외로 소박한 시설이었다”며 “하지만 건물과 주변이 깨끗하게 잘 관리돼 있어서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저도에 도착한 방문객들은 30여명이 한 조를 이뤄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해군 콘도 뒤로 난 탐방로로 향했다. 산책로 초입 다소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자 곧 편백나무와 해송이 군락을 이룬 숲길이 나타났다. 이 숲길은 다시 동백나무 길로 이어졌다. 산책로 중간중간엔 저도 동식물의 서식 특성과 사진 촬영장소 등을 알려주는 해군 명의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산책로의 마지막 코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막대기로 ‘저도의 추억’이라고 글 쓴 해변이었다. 이날 방문객들은 저도 외곽을 따라 2㎞가 조금 모자란 숲길을 쉬엄쉬엄 걸으며 1시간 30분가량 저도의 자연을 여유롭게 둘러봤다.

    가족과 함께 왔다는 이성식(43)씨는 “바닷가 쪽을 배경으로 하는 경치가 너무 좋았다. 산책로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성됐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러나 너무 숲길만 이어져 있어 바다를 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또 부족한 편의시설과 부분개방을 아쉬워하는 방문객도 다수였다.

    강혜정(47)씨는 “대통령 별장은 어떻게 생겼는지, 이곳에서 대통령들은 어떤 휴가를 보냈는지 궁금했는데 건물 내부를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다”며 “건물 일부라도 저도의 역사 등을 알 수 있는 전시관으로 꾸몄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식(54)씨는 “저도 내부에 먹거리를 사거나 편하게 쉬어 갈 수 있는 편의시설이 없어 아쉬웠다. 산책하는 것 외에 즐길거리가 없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어렵게 개방된 만큼 많은 국민들이 편하게 즐기다 갈 수 있도록 편의시설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탐방을 마친 방문객들을 다시 태운 유람선은 바다에서 저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도록 20여분가량 주변 해상을 크게 한 바퀴 돈 후 4시 40분께 다시 궁농항으로 돌아왔다.

    이날 거제시와 국방부, 해군, 경남도, 행안부 5개 기관은 저도 탐방에 앞서 저도개방 협약식을 갖고, 1년간의 시범개방 운영성과 등을 분석·평가한 후 전면개방을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시범개방 시기 중 저도를 탐방하고 싶은 일반인들은 거제시청 행정과에 탐방 예약 신청을 하면 된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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