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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75) 제24화 마법의 돌 175

“아저씨는 내 거야”

  • 기사입력 : 2019-09-25 07:4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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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말자와 격렬한 사랑이라도 나누고 싶었다. 말자는 눈을 하얗게 까뒤집고 소리를 지르면서 기꺼워했다.

    밖에는 천둥번개까지 몰아쳤다. 푸른 번개가 하늘을 가르면서 내리꽂히고 뇌성이 몰아쳤다. 세상에 종말이 온 것 같았다.

    이내 사랑이 끝났다. 이재영은 말자에게 엎드려 가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이 좋아라.”

    말자가 속삭였다. 이재영은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얹었다.

    이재영은 말자와 사랑이 끝난 뒤에도 잠이 오지 않았다. 말자는 코까지 골면서 잠을 잤다.

    “미군이 인민군과 싸운대요.”

    말자는 매일같이 전쟁 소식을 알려주었다.

    “미군? 미군이 왔어?”

    이재영은 미군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미군은 일본과 독일군을 패망하게 만들었다. 미군이 왔다면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미군도 오고 영국군도 오고… 여러 나라에서 왔는데 계속 퇴각만 하고 있대요. 민청원들 말에 의하면 오합지졸이래요.”

    이재영은 미군이 퇴각을 하고 있다는 말에 실망했다. 말자는 이따금 민청원 회의에도 나간다고 했다.

    이재영은 말자가 동굴에 올라올 때마다 그녀를 끌어안고 뒹굴었다.

    “인민군이 대구까지 점령하고 낙동강에서 싸운대요.”

    말자의 말을 들은 이재영은 절망했다. 미군과 국군이 패퇴하고 있다면 조만간 전국이 인민군의 수중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암담한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재영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동굴에서 말자를 끌어안고 뒹구는 것뿐이었다. 말자는 그를 끌어안고 허우적거리면서 기꺼워했다.

    “아저씨는 내 거야.”

    말자는 오로지 욕망만 해소하려고 했다. 눈이 언제나 욕망으로 번들거렸다. 그녀의 욕망은 광포하기까지 했다. 7월이 가고 8월이 되었다. 전쟁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미군이 폭격을 한 대요.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재빨리 숨어야 돼요.”

    말자가 어느 날 말했다. 남자들이 의용군이 소집되어 전쟁터로 끌려가고 있다고도 했다.

    ‘미군이 반격을 하는 것인가?’

    낙동강 전투가 치열해지고 있었다.

    이재영이 비행기 소리를 듣게 된 것은 8월 하순의 일이었다. 하늘에 전투기들이 날아다니고 인민군들이 대공포를 쏘아댔다. 폭탄이 떨어질 때마다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불기둥이 치솟는 것도 보였다.

    ‘전쟁이 치열해지는구나.’

    이재영은 전투기 소리가 들릴 때마다 동굴에 숨었다. 낙동강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미군의 폭격기가 서울까지 날아오고 있었다.

    “호호호. 아저씨 수염이 너무 크다.”

    말자가 이재영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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