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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78) 제24화 마법의 돌 178

“담장이라도 좀 수리해야 하겠네”

  • 기사입력 : 2019-09-30 07: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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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동굴에서 지내는 동안 날짜도 모르고 보냈다.

    “오늘이 며칠이오?”

    “10월 2일이오.”

    “그럼 서울에 인민군이 하나도 없소?”

    행인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이재영을 위아래로 살피면서 국군과 미군이 서울을 수복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다. 그가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군인트럭이 계속 지나갔다. 행인은 유엔군, 인천상륙작전까지 이야기를 했다.

    “인민군들은 벌써 평양까지 달아났을 거요.”

    행인의 말을 듣고 이재영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집도 절반이나 무너져 있었다. 미군의 폭격을 당한 것이다. 이재영은 천천히 집을 둘러보았다. 집은 담장과 서쪽 지붕이 폭삭 주저앉아 있었다. 말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말자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재영은 집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이재영은 집을 뒤져 음식을 찾았다. 그러나 음식은 모두 상해 먹을 수가 없었다. 이재영은 뒤뜰에 묻은 항아리에서 돈을 약간 꺼냈다. 항아리에 돈과 패물을 넣어 두던 류순영의 얼굴이 떠올라왔다. 그녀 때문에 숨겨 둔 돈을 꺼내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이재영은 거리로 나왔다. 배가 몹시 고팠다. 거리도 대부분 파괴되어 문을 연 상점이 거의 없었다. 종로4가 뒷골목에서 간신히 허름한 순댓국집을 찾아 한 그릇을 사 먹었다. 순댓국집에서도 사람들이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미군과 국군은 이미 평양을 향해 진격하고 있다고 했다. 식사를 하고 나와 거리를 둘러보았다. 전쟁중인데도 곳곳에 전단지가 뿌려져 있었다. 이재영은 전단지를 한 장 주워서 읽었다. 비행기로 뿌린 전단지인 것 같았다. 전단지에는 국군과 유엔군이 서울을 수복하고 평양으로 진격하고 있다는 것과 인민군을 압록강 북쪽으로 몰아낼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왜 전쟁을 하는 것일까?’

    이재영은 전쟁을 일으킨 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비가 추적처적 내리기 시작했다. 이재영은 을지로를 거쳐 광화문까지 가보았다. 중앙청에 태극기가 펄럭이고 수많은 군인들이 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재영은 집으로 돌아오다가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쌀과 반찬을 파는 것을 보았다. 이재영은 쌀과 반찬거리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말자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는 무너진 집을 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히 대문은 무너지지 않았고 담장과 집 한쪽이 무너져 있었다.

    ‘담장이라도 좀 수리해야 하겠네.’

    이재영은 비가 오고 있었으나 혼자서 담장을 쌓았다. 빈집으로 알고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전화도 되지 않고 옷가지도 많이 없어졌다. 도둑이 들어와 훔쳐 간 것이다. 집에 있던 귀중품들도 모두 사라졌다. 이재영은 아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걱정이 되었다. 저녁때가 되자 이재영은 집을 나와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사먹었다. 쌀을 사기는 했지만 저녁을 지을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자 추녀 밑에 어떤 여자가 아이들 둘을 데리고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여자는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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