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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797) 신무장물(身無長物)

-몸에 특별히 대단한 물건이 없다

  • 기사입력 : 2019-10-08 07: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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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남북조시대 동진(東晋) 왕조에 왕공(王恭)이라는 고위관료가 있었다. 지방장관인 자사(刺史)를 지내고, 장군도 지내고, 태자의 스승으로도 있었다. 사람됨이 강직해 절개를 지키고, 남에게 쉽게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자기가 입거나 먹거나 하는 것은 아주 검소하게 수월하게 하였다. 그의 녹봉이 적은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권력을 동원해서도 재물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가난한 선비처럼 검소하게 살았다.

    언젠가 절강성(浙江省) 회계(會稽)를 다녀왔는데, 그 직후에 친지인 왕대(王大)가 찾아와 문안인사를 하였다. 그때 왕공은 대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왕대가 그것을 보자 탐이 나서 “그 대자리 저에게 주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왕공은 왕대가 돌아간 뒤 그 대자리를 말아 사람을 시켜 보내주었다.

    그 뒤 왕대가 다시 볼 일이 있어 왕공의 집에 가보니, 왕공은 풀로 만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왕대가 미안해서 “댁에 대자리가 많이 있는 줄 알고 저는 달라고 말씀드렸더니, 대자리가 저에게 보내주었던 것 하나뿐이었던 모양입니다”라고 물었다. 그러자 왕공은 “그랬습니다. 그대한테 준 그것 하나밖에 없었소”라고 대답했다. “그러면 하나뿐이라고 말씀을 하셔야지요. 저는 대가 많이 나는 회계에서 돌아오셨으므로, 회계에서 대자리를 많이 장만해 오신 줄 알고 하나 달라고 한 것이었습니다”라고 왕대가 미안한 듯이 말했다.

    왕공은 “그대는 저를 모르는군요. 저는 사람됨이 저 몸에 쓰고 있는 물건 말고는 남은 것이 더 없습니다”라고 했다. 왕대는 감탄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벼슬하여 현달하게 되면, 먼저 집을 잘 짓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집에 온갖 진귀한 물건들을 준비하여 장식한다. 필요한 수량 이상의 물건을 장만하여 사치를 한다.

    그러면 자연히 돈이 많이 들어간다. 정상적인 녹봉만 가지고는 감당을 할 수가 없다 보니 부정을 저지르게 된다. 부정을 저지르는 것도 처음에는 두렵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습관이 되어 두렵지 않게 된다. 그러면 마음 놓고 큰 부정을 한다. 그러다가 사건이 탄로나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하고 재물을 다 날린다.

    이 모든 것의 근본 원인이 지나친 탐욕 때문이다. 대자리를 남을 주고 자신은 풀로 짠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왕공의 정신은, 정말 작은 것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물건을 많이 갖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검소하게 절약하며 살 수가 없다.

    오늘날 경제가 발달하여 물질적으로 매우 풍요하다 보니 자원의 낭비가 너무 심하다. 설령 새로운 소재가 개발된다 해도 자원은 한계가 있어 언젠가는 고갈된다. 돈이 많다고 해서 꼭 필요한 물자 이외에 지나치게 많은 물건을 마련해서 두는 것은 절제할 필요가 있다.

    * 身 : 몸 신 * 無 : 없을 무

    * 長 : 길 장 * 物 : 만물 물

    동방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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