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8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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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만 불어도 아픈 ‘통풍’

술·고기 좋아하던 김 대리가 어느날…
스치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체내 요산농도 높아져 관절에 염증·통증 유발

  • 기사입력 : 2019-10-27 2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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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 후 직장동료들과 맥주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집에서 혼술을 즐겼던 신입사원 A(32)씨.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오른쪽 엄지발가락에서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발을 헛디뎌 타박상을 입은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통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이 심해졌다. A씨는 결국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아 검사를 받았다. 의사로부터 통풍을 진단받은 A 씨는 약물치료와 함께 식습관을 개선하고 있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은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져서 관절이나 그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산은 우리 몸의 퓨린이란 물질의 최종 대사산물로,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아지면 관절 주위에 요산염 결정을 형성한다. 이로 인해 관절에 염증을 유발하며, 극심한 통증과 부종을 일으킨다.

    우리 몸은 매일 일정량의 요산을 생성·배출하면서 체내 요산 농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요산의 배출은 주로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한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요산이 과잉 생성되거나 배출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체내 요산의 농도가 증가하기도 한다.

    혈압, 당뇨, 결핵치료제와 같은 약물이나 퓨린이 많이 함유된 음식의 섭취 등이 요산의 농도를 올릴 수 있으며, 이외에도 신장 기능이 떨어진 사람,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 통풍 발생 위험이 크다.

    주로 중년 남성에게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진 질병이지만, ‘황제병’이라 불릴 만큼 잦은 회식과 과식, 고지방식을 선호하는 20~30대에서도 발병이 늘고 있다.

    ◇통풍, 크게 4단계로 진행

    통풍은 크게 △무증상 고요산혈증 △급성 통풍성 관절염 △간헐기 통풍 △만성 결절성 통풍 등으로 4단계를 거친다.

    무증상 고요산혈증은 혈중 요산의 농도가 높지만, 통풍의 증상이 전혀 없는 상태로, 고요산혈증이 있는 사람 대부분은 한동안 증상 없이 지낸다. 길게는 10년까지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고지혈증, 고혈압, 동맥경화 등과 같은 질환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식습관 및 생활습관 개선과 동반 질환을 치료하는 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급성 통풍발작은 무증상 고요산혈증의 상태가 유지되다가 갑자기 발생한다. 통풍발작의 특징적인 증상은 매우 고통스러운 급성관절염으로, 대부분 하나의 관절에서 발생한다. 엄지발가락이 시작하는 위치인 첫 번째 발허리 발가락 관절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이외에도 발등, 발목, 발뒤꿈치, 무릎, 손목 등에서 나타난다. 급성 통풍의 첫 번째 발작은 주로 밤이나 새벽에 갑자기 발생하며, 몇 시간 이내에 관절이 붉게 부어오르고 뜨거워지면서 매우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가벼운 발작의 경우 몇 시간 이내 혹은 1~2일 정도 계속되는 반면, 심할 때는 수일 이상 지속하지만 보통 2주를 넘기지 않는다.

    간헐기 통풍은 급성 발작 후 다음 발작이 있기까지, 거짓말처럼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시기를 말한다. 두 번째 발작은 보통 첫 발작 후 6개월에서 2년 사이에 많이 발생하지만, 일부에서는 5년 이상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이 시기에 꾸준한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무증상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발작 기간은 길어지는 양상을 보이며,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한다.

    만성 결절성 통풍은 특징적으로 몸의 여러 곳에 통풍 결절(혹)이 만져진다. 통풍 결절은 주로 팔꿈치 주위나 엄지발가락, 귓바퀴에서 발견되며 비대칭적인 흰색 몽우리 모양으로 생긴다. 또 결절을 덮고 있는 피부가 얇아지면서 치즈와 같은 물질이 터져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고름으로 오인해 균 감염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통풍발작이 없더라도 결절이 생긴 관절에서 묵직한 통증과 뻣뻣함이 계속될 수 있다. 이 외에도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중풍, 심장병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통풍뿐만 아니라 동반 질환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풍은 문진, 신체검사, 혈액검사, 관절액 채취, CT, 초음파 검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단할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진단 방법은 급성 통풍성 관절염 때 부어 있는 관절에서 관절액을 뽑아 요산 결정이 있는지 편광현미경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부어 있는 상태로 병원을 방문하지 않기 때문에 관절액을 채취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최근에는 관절 초음파와 이중에너지 CT의 등장으로 통풍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받고 있다.

    ◇혈중 요산의 농도를 낮춰야

    통풍발작의 치료는 급성 염증을 잘 가라앉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혈액 내 요산의 농도를 낮춰 통풍 재발과 동반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통풍은 당뇨나 고혈압 치료와 비슷하다. 요산을 감소시키는 요산 저하제를 꾸준히 복용해 혈중 요산의 농도가 일정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관리하면, 통풍 재발과 동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만성 결절성 통풍을 지닌 환자가 요산 저하제를 꾸준히 복용할 경우, 체내 요산치를 낮게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풍 결절의 크기가 줄어들고, 고질적인 통증 또한 사라질 수 있다.

    또 약물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식습관 조절이다. 모든 음식에는 어느 정도의 퓨린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식사량을 줄이고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특히 붉은 육고기류와 내장, 등푸른생선, 과당을 포함한 음료나 식품 그리고 알코올에는 퓨린 함량이 높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저지방 유제품, 식물성 기름, 비타민C, 블랙커피는 통풍의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견과류와 콩류, 채소와 티 종류는 통풍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통풍환자들 대부분은 비만인 경우가 많으므로,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류마티스내과 황지원 교수는 “통풍이 생각보다 괴롭고 복잡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의 필요성과 예후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우리나라에서 치료를 제대로 받는 통풍환자들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형편이다. 따라서 고요산혈증과 통풍에 대한 막연한 상식에서 벗어나, 전문의로부터 더욱 빠르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도움말=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류마티스내과 황지원 교수

    정오복 선임기자 obokj@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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