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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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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아름다운 호스피스 의료 이야기

  • 기사입력 : 2019-11-04 07: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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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순 희연 호스피스 클리닉 간호주임
    박상순 희연 호스피스 클리닉 간호주임

    암 진단을 받으면 환자와 가족은 매우 큰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특히 말기암 판정을 받으면 남은 삶이 몇 개월 남지 않은 채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심리적 충격과 상실에 대한 무력감을 느낀다.

    암은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1위 질환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에 정부는 암환자들에게 적정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말기암 환자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을 지정, 운영하고 있다.

    필자 역시 어느덧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에서 일한 지 3년을 지나고 있다. 근무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시간들을 보냈다. 짧게는 입원 후 그 다음날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좋아져서 집으로 퇴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과 함께 이별의 순간을 준비하며 때로는 울기도, 웃기도 했다.

    입원상담을 통해 가족 대부분은 환자가 고통 없이 지내다 편히 마지막을 맞이하길 바란다. 하지만 약물 중독에 대한 오해 때문에 통증 표현을 잘 안하고 최대한 견디려 한다. 그래서 초기 입원 시에는 통증 조절에 대해 안내하고 있으며, 즉각적인 처치를 하고 있다. 신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최대한 환자와 가족 모두 편안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족들도 급격하게 나빠지는 환자의 상태를 직면해야 하고, 힘든 돌봄과 계속되는 긴장으로 인한 소화불량, 수면 부족과 피로감 등 신체적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 그러므로 호스피스 케어는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함께 돌봄의 대상이 된다.

    매주 가족교육을 통해 환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나 돌봄을 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를 교육하고, 지치고 힘든 가족들을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또한 목요일마다 ‘집밥데이’를 통해 지치고 힘든 가족들에게는 점심 한 끼를, 환자들에게는 평소 먹고 싶어 하는 메뉴를 준비해서 직접 만든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음식을 드시면서 서로 힘든 부분들을 나누는 말벗이 되곤 한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과 즐거움을 제공한다. 원예프로그램을 통해 본인들이 직접 만든 예쁜 화분이나 꽃병을 각자 병실에 두거나 공예나 미술, 풍선 아트 등을 직접 해 보는 것에 매우 행복해한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통해 컨디션이 조절되면 오롯이 가족들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음악가 가족은 각자 악기를 가지고 작은 음악회를 열어 가족애를 과시하기도 했고, 한 보호자분은 기타와 노래를 통해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특기인 서예나 그림 등의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시나 글을 통해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병실 곳곳을 꽃으로 장식하고 카펫과 소파를 이용해 집보다 더 아늑하게 꾸미고 지내시는 분도 계셨다. 또 어떤 가족은 한 침대에 누워 건강할 때 미처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을 보내며 ‘엄마, 엄마!’를 부르고 아이처럼 울기도 했다.

    호스피스에서 근무하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별하면서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그 속에서 우리들은 인생을 살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배운다. 지금은 벌써 고인이 되었지만 한 환자분의 말씀이 아직까지 마음에 남아 있다.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단 주위도 돌아보길, 힘들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통해 인생의 쉼표를 가지시기를!”

    박상순 (희연 호스피스 클리닉 간호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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