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2일 (목)
전체메뉴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01) 간신폐군(奸臣蔽君)

- 간사한 신하가 임금을 가린다

  • 기사입력 : 2019-11-05 07:57:57
  •   

  • “임금의 귀는 오직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의 말만 듣고[君耳唯聞堂上言], 임금의 눈은 문 앞의 일은 보지 못 하누나[君眼不見門前事]. 탐학한 관리들이 거리낌 없이 백성을 해치고[貪吏害民無所忌], 간신들이 임금을 가리고는 두려워하는 바가 없구나[奸臣蔽君無所畏]. 그대 보지 못 했소? 여왕과 호해의 말년을[君不見王胡亥之末年], 여러 신하들은 유리했지만 임금은 유리한 게 없었다네[群臣有利君無利].”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의 ‘채시관(采詩官)’이라는 시의 일부다. 백거이는 유명한 ‘비파행(琵琶行)’과 ‘장한가(長恨歌)’를 지은 시인인데, 흔히 그 자(字)를 써서 백락천(白樂天)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문장은 시대를 위해서 지어야 하고, 시가는 어떤 일을 위해서 지어야 한다.[文章合爲時而著, 歌詩合爲事而作]”라는 생각을 가져 당시의 정치와 시사를 풍자(諷刺)하는 시를 많이 지었다. 요즘 말로 하면, 현실참여시, 사회시를 많이 지은 것이다. 그 목적은 문학을 통해서 정치와 사회를 바로잡으려는 것이었다.

    3000년 전 주(周)나라 때는 채시관(採詩官)이라는 관직을 두었는데, 그들은 각 지역을 다니면서 시를 채집하여 중앙정부에 보고하였다. 옛날 시는 곧 백성들의 민요이기 때문에, 그것을 통해서 그 속에 들어 있는 정치에 대한 백성들의 반응 여론 불평불만 등을 들을 수 있었다.

    임금 곁에 강직한 신하가 있어 임금의 잘못을 바로잡으라고 간관(諫官)이 있었고, 또 각 지역 백성들의 여론을 바로 듣기 위해서 채시관이 있었다. 채시관은 오늘날로 치면, 시인, 문학가, 언론인 등의 역할을 했다.

    주(周)나라의 여왕(王)은, 측근 아첨꾼들의 말만 듣고, 백성들에게계속 세금을 과도하게 거두고 형벌을 잔인하게 하다가, 결국 백성들의 반란으로 왕위에서 쫓겨났다. 14년 동안 숨어 다니다가 객사하였다. 측근의 간신들은 계속 잘 다스려진다고 여와을 속였다.

    진시황(秦始皇) 아들 호해(胡亥)가 황제 자리에 올랐을 때는,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을 위시한 반란군들이 거의 진나라 서울까지 압박해 왔다. 그런데도 간신 조고(趙高)와 이사(李斯) 등은 별 일 아니라고 보고 했다. 얼마 뒤 나라가 망했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으니, 전문가들을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 자리에 두고 보좌를 받는 것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바른 말을 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바보가 되고, 나라는 망하거나 약해진다.

    며칠 전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우리 안보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국회에서 답변을 했다. 우리 경제가 계속 침체되는데도, 경제장관들은 괜찮다고 한다. 과연 괜찮을까?

    일시적으로 임금의 비위를 거슬려도 임금에게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충신이다. 듣기 좋은 말로 일시적으로 임금을 속이면 간신이 되고, 결국은 나라를 파멸의 길로 몰고 간다.

    * 奸=姦 : 간사할 간.

    * 臣 : 신하 신.

    * 蔽 : 가릴 폐.

    * 君 : 임금 군.

    허권수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