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2일 (목)
전체메뉴

그레이브스병, 두근거림·불안감·설사 원인 모를 땐 의심

‘갑상선중독증’의 90% 차지하는 원인 질환
눈 뻑뻑하거나 부종·충혈 등 증상 나타나기도
항갑상선제 치료 선호… 스트레스 등 피해야

  • 기사입력 : 2019-11-17 20:56:49
  •   
  • 오랜만에 여고 동창회를 찾은 30대 중반의 A씨는 오랜 기간 만나지 못했던 동창들과 추억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건강 이야기로 이어졌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인상이 바뀐 B씨의 안부를 물었다.

    B씨는 최근 두근거림, 손 떨림 등의 증상과 식욕은 증가했는데 체중은 감소하는 등 몸에 복합적인 이상이 생겨 검사를 받았고, 의사에게서 그레이브스병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갑상선은 목 앞 중앙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내분비기관으로, 갑상선호르몬을 생성하고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갑상선호르몬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작용하며 체온을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갑상선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호르몬이 체내에 지나치게 많아져 신진대사가 빨라지거나 갑상선호르몬이 부족해 신진대사 속도가 느려지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갑상선 질병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2018년 갑상선 질병의 성별 진료 현황에 따르면, 여성 환자 수가 17만8188명으로 남성 환자 수 7만2174명보다 2.5배 높았다. 또 연령대별 여성 환자의 구성을 살펴보면 30대에 환자가 급증해서 50대까지 꾸준히 진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레이브스병과 갑상선염

    B씨에게 나타난 여러 증상은 체내의 갑상선호르몬이 과도하게 발생해 나타나는 특징적인 임상 양상으로 ‘갑상선중독증’이라고 부른다. 전신에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 다른 질환과 구분이 어려울 수 있어, 다른 병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두근거림을 부정맥으로 오인하거나, 불안감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고, 지속되는 설사로 내시경을 받았으나 원인을 못 찾는 경우도 있다.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만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하는 질병이다.

    미만성 독성 갑상선종(이하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 자체에서 호르몬을 생성하는 경우로, 갑상선중독증의 9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원인질환이다.

    이와 달리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생성하지 않는데, 체내에 갑상선호르몬이 많은 경우는 갑상선염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갑상선염은 갑상선 조직이 여러 원인에 의해 손상되면서 저장돼 있던 갑상선호르몬이 혈액 내로 흘러나와 갑상선중독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이외에도 갑상선 결절로 인해 갑상선중독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국내에서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갑상선중독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그레이브스병이다. 그러다 보니 갑상선중독증과 그레이브스병을 혼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갑상선중독증이더라도 그레이브스병이 아닐 수 있으며, 이 경우에는 치료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분명히 구분해 치료해야 한다. 따라서 갑상선호르몬 검사를 통해 갑상선중독증이 확인됐더라도 무조건 그레이브스병으로 진단하고 항갑상선제로 갑상선을 억제할 것이 아니라, 10%로의 갑상선염일 경우를 염두에 두고 감별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임상 양상, 갑상선 기능검사, 갑상선 자가항체 측정, 갑상선 스캔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환경요인에 노출돼 발생하는 그레이브스병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용체에 대해 항체를 형성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우리 몸의 호르몬 요구량과 상관없이 이상이 생긴 항체가 갑상선을 지속해서 자극하고 이로 인해 갑상선호르몬의 과다분비 및 갑상선 비대를 유발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을 뚜렷하게 한 가지 원인으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주로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이 여러 환경요인(흡연, 스트레스, 바이러스 감염 등)에 노출되면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브스병은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갑상선중독증 증상 외에도 눈이나 피부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특히 눈의 염증, 눈 주위의 조직이 부풀어 오르고 튀어나오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는 갑상선 안병증은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약 17% 정도로 서양보다 발생비율이 낮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환자의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어 눈이 뻑뻑하거나 부종 및 충혈, 안구 돌출 등의 증상이 있다면 안병증을 같이 의심해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일반적인 약물치료 선호

    그레이브스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불편은 물론 심장질환, 뇌 질환, 갑상선 중독위기 등과 같은 질환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레이브스병의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 수술치료, 방사성 요오드치료로 나눈다. 각 치료법 모두 장단점이 달라,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알맞은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약값이 외국보다 저렴한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일차적으로 치료방법이 편리한 약물치료를 선호한다.

    약물치료는 갑상선호르몬이 생성 혹은 분비되는 것을 막아 갑상선호르몬 지수를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항갑상선제는 안티로이드, 메티마졸 그리고 카비마졸이 있으며, 보통 복용한 지 1~2개월 이내에 갑상선중독증은 대부분 호전된다.

    그러나 증상이 없다고 해서 이때 항갑상선제 복용을 중단하면 이른 시일 내에 다시 갑상선중독증이 찾아온다. 따라서 최소한 1~2년 이상, 정해진 수치가 모두 안정화가 된 후에 약물 복용 중단을 시도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약물을 복용하면서 알고 있어야 할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부작용이다. 항갑상선제는 비교적 부작용이 드문 약제이며, 실제로 피부 발진이나 가려움증 등 가벼운 증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매우 드물게 과립구감소증이나 간부전이 발생한다고 보고돼 있어, 이에 대해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과립구감소증은 약 0.1% 미만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으로, 중대한 감염을 동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하는데, 대개 인후통을 동반한 고열 증상이 나타난다. 만약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는 환자 중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다면, 즉시 주치의를 찾아가 상담 및 검사를 받아야 한다.

    성균관대학교 삼성창원병원 내분비내과 김혜인 교수는 “약물치료만큼 중요한 부분이 악화 인자를 피하는 것이다. 금연, 과도한 스트레스, 감염 등은 그레이브스병의 발생 및 악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안병증이 있다면 반드시 금연하는 것이 좋다”라고 당부했다.

    도움말=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내분비내과 김혜인 교수

    정오복 선임기자 obokj@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정오복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