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을 살면서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창원에서 가장 전통있는 배구 동호회인 창원동우회의 정용규(55·창원CC 조경관리팀장)고문이 그렇다.

정 고문은 고향 고성군 하이면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4학년 때 특별활동시간에 배구를 접하면서 평생의 취미로 삼아버렸다. 배구를 좋아하던 선생님에게 기본기를 배우면서 배구의 묘미에 빠지기 시작한 그는 학교 대표로 인근 초등학교끼리 시합을 할 때나 동네대항 배구대회를 할 때도 빠짐없이 선수로 활약했다. 성인이 돼 군대에 가서도 남다른 배구실력을 과시했고, 직장을 다니면서는 아예 직장배구팀을 만들기도 하면서 40여년을 배구와 함께 했다.

정용규 창원동우회 배구팀 고문이 배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 고문은 지난 1992년 창원컨트리클럽에 조경관리 담당으로 입사를 했고, 1998년 직장배구팀을 창단해 각종 대회에도 참가하는 등 배구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직장 사정상 배구팀이 해체되면서 찾은 곳이 창원동우회 배구팀이다.

1988년에 발족한 창원동우회는 전통만큼이나 경남지역과 전국대회 생활배구대회에서 수많은 우승을 차지했고, 규모나 내실이 있는 팀으로 유명하다. 여자부는 물론 나이 제한 없는 3부, 장년부(만 40대이상), 시니어부(만 50대 이상)까지 7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창원 유목초등학교 강당에 모여 전문코치의 지도 아래 훈련을 하고 자체 시합을 한다.

정 고문은 총무와 회장까지 역임했고 이제는 현직에서 밀려날 만도 하지만 여전히 3부와 장년부를 오가며 젊은 선수들과 기량을 겨룰 만큼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포지션은 공격수였지만 오랜 세월 동안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어깨를 혹사해 지금은 세터가 주포지션이다.

정 고문처럼 취미에 빠져 사는 사람들은 가족들에게는 소홀할 수 있다. 하지만 정 고문의 배구 사랑은 가족들도 함께하고 있다. 정 고문 부인은 창원동우회 선수들이 타 지역 배구대회에 출전할 때면 음식을 담당하며 뒤를 도왔고, 1년 전부터는 그의 아들 정창영(24)씨도 창원동우회에 가입해 부자(父子)가 함께 배구를 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배구사랑을 보고 자라면서 배구에 익숙했던 아들은 군대를 갔다 오고 나서 바로 아버지가 있는 창원동우회에서 배구를 시작한 것이다. 정 고문은 “아들과 함께 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뿌듯하다”면서 “집에서 프로배구를 같이 시청하면서 상황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도 배구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며 코트에서 몸을 풀고 있는 아들을 쳐다보며 연신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정 고문은 “배구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양측 선수가 과격한 몸싸움도 하지 않고 정해진 포지션별로 경기를 하기 때문에 신사운동이다”면서 “스파이크를 했을 때 공이 코트에 꽂혔을 때와 서브를 정확하게 원하는 지점에 보낼 때, 장신의 선수들이 블로킹을 해도 뚫고 공격을 성공시킬 때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고 배구를 예찬한다.

정 고문은 “올해 우리 팀에 시니어부를 만들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도록 배구를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이다”고 말했다.

정 고문의 직업은 조경관리사다. 창원컨트리클럽에서 조경관리팀장으로 있지만 오늘도 퇴근을 하고 나면 배구인이 된다.

글·사진= 이현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