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01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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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운필運筆 - 김정희

  • 기사입력 : 2020-01-23 07: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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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 한 점 앞세우고 붓을 든 그의 손길

    흘림체 일필휘지로 상징의 말 적고 있다

    비백飛白의 흰 울음을 품고

    길 떠나는 음유시인

    하늘 한 자락 펴고 그려보는 달 발자국

    송이송이 피운 꽃도 초서체로 날리며

    썼다가 지워질 어록語錄

    쓰고 또 쓰고 있다

    결코, 한자리에 머물 수 없는 그의 숙명

    연鳶처럼 뚫린 가슴, 근육골기筋肉骨氣*휘감아도

    어스름 발묵潑墨질 무렵이면

    가뭇없는 이름이여

    * 근육골기 : 형호(荊浩)의 ‘필법기筆法記’에서 제시된 필획의 사세(四歲). 동양화의 평가 기준을 제시하는 데도 적용(適用).


    ☞ 시조는 음악적 리듬과 은유와 함축으로 이루어진 짧은 자간과 짧은 행간의 긴 여행입니다. 마음속으로 읽을 때와 소리 내 읽을 때 그 맛과 감동이 서로 다르게 다가옵니다. 똑 같은 시를 대하면서도 시간과 공간, 상황에 따라 느끼는 온도 차도 큽니다. 내일 모래가 우리 민족의 대명절인 설입니다. 예부터 설날이 되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덕담을 나눕니다.

    오늘은 김정희 시인의 〈구름 운필運筆〉을 덕담처럼 나눕니다. 마음으로 한 번 읽고, 소리 내 한 번 더 읽어봅니다. ‘바람 한 점 앞세우고 붓을 든’ 시인의 손길을 따라 눈길과 마음결을 하늘에다 펼쳐봅니다.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들에게도 깊은 생각이 있고 언어가 있다는 것을 깨우칩니다. 이 짧은 지면에 풀어쓰기 모자랄 만큼의 큰 교훈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비백(飛白)의 말을 대하며 나이 한 살을 더 올립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시처럼 세상을 통달할 때가 오리라 봅니다. 임성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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