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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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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멸치잡이배 불법개조·증축 횡행

어획량 늘리려 마력 제한 규정 무시
선박 크기도 허가보다 30~40% 키워
업계 갈등 불법선단 고발투서도

  • 기사입력 : 2020-03-04 20: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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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안 멸치잡이 업계가 어획량을 높이기 위해 어선을 불법 개조·증축하는 사례가 만연하고 있어 관계기관의 지도와 단속이 시급하다.

    4일 남해안 멸치를 잡는 기선권현망 업계에 따르면 기선권현망 어업은 어군을 찾아내는 어탐선, 그물을 끌어 직접 멸치를 잡는 본선 2척, 잡은 멸치를 즉석에서 삶아 운반하는 가공·운반선 2척 등 5척의 배로 선단을 이뤄 멸치를 잡는다.

    현행 규정에는 그물을 내리고 끌어올리는 본선의 엔진은 350마력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촘촘한 그물로 1cm 크기의 작은 멸치까지 잡는 권현망 어업의 특성상 어업강도가 높아 자원고갈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선단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같은 제한규정을 무시하고 최대 750~800마력까지 출력할 수 있는 일본산 엔진을 장착하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연료분사기(인젝터)와 엔진 회전수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출력을 조절해 검사를 받은 후 실제 바다에서는 최대 출력까지 끌어올려 멸치를 잡는다는 것이다.

    기선권현망 선단의 멸치잡이 모습. 가운데 본선 2척이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남신문 DB/
    기선권현망 선단의 멸치잡이 모습. 가운데 본선 2척이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남신문 DB/

    출력이 높은 엔진을 장착한 선박이 늘면서 이에 맞춰 배의 덩치도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선박 크기를 엔진 출력에 맞추기 위해 배를 반으로 잘라낸 뒤 그 사이에 한 블록을 더 붙여 길이를 늘리거나, 아예 뼈대만 남기고 전체를 개조해 폭까지 늘리는 경우도 다수라는 게 업계의 말이다.

    이 같은 개조를 거치면 선박의 덩치가 허가받은 것보다 최소 30~40% 더 커져 더 큰 그물로 더 많은 어획량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선박을 개조하지 않은 선단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 업계 내부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권현망 업계 관계자가 검찰 등 사정당국과 수산당국에 불법개조 선단을 고발하는 투서를 제출할 정도로 갈등이 높은 상황이다.

    권현망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여 년 전부터 경쟁하듯 배 크기를 키운 결과 지금은 자금력이 탄탄한 대형 선단일수록 더 큰 배로 더 많은 어획량을 올리고 있다”며 “멸치수협 소속 50여 통의 선단 가운데 25%가 선박을 개조했고, 출력 높은 일본산 엔진을 장착한 배들은 전체의 60%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개조의 더 큰 문제는 해양 안전사고의 위험을 더 키운다는 점”이라며 “불법 증축이나 증톤은 선박의 복원력을 약화시켜 대형 참사로 이어질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영시 관계자는 “투서에 언급된 선단에 대해 경남도와 함께 실태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정확한 조사를 통해 사실 관계를 면밀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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