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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89) 제25화 부흥시대 99

“기차는 처음 타 봐요”

  • 기사입력 : 2020-03-11 08: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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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가 창가에 앉고 이재영이 통로 쪽에 앉았다. 열차가 출발을 하자 보리가 신기한 듯이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기차는 처음 타 봐요.”

    보리가 이재영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신기해?”

    “네.”

    보리는 창밖의 풍경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재영은 시트에 머리를 기대고 부흥단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대통령이 휴전회담에 집중하고 있다면 부흥단 조직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휴전회담을 반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전쟁을 빨리 끝내려고 하고 있었다. 소련도 미국이 전쟁을 계속하면 참전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소련이 참전하게 되면 미국은 3차대전에 말려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휴전은 이루어진다는 것인데….’

    대통령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휴전회담을 반대하는 것은 미국으로부터 한미동맹을 이끌고 원조를 받기 위해서인 것이다.

    ‘대통령은 노회한 외교가야.’

    6·25가 일어나자마자 미국을 참전하게 만든 것도 그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국내 정치를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지게 만들어 비난을 받고 있었다.

    점심은 기차 안에서 먹었다. 영주가 싸준 도시락이 풍성했다.

    서울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가 되었을 때였다. 이재영은 보리를 일단 여관에 머물게 했다. 보리 혼자 재울 수 없어서 이재영이 함께 잤다.

    ‘여자를 여럿 거느리는 것도 바쁘구나.’

    이재영은 웃음이 나왔다.

    이튿날 이재영이 직접 나서서 아담한 한옥을 하나 사서 보리를 그곳에서 살게 했다. 보리가 혼자 살 수 없을 것 같아 일하는 여자를 구해 보리의 시중을 들게 했다. 집을 사는 것도 일하는 여자를 구하는 것도 이재영이 직접 했다.

    서울에는 실업자가 넘치고 있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이재영은 오후에 사무실에 출근했다. 김연자와 임원들이 와서 인사를 했다. 이재영은 업무보고도 받고 결재도 했다. 김연자는 새로운 회사 인수에 대한 준비로 바빴다. 모든 서류를 그녀가 준비했다.

    ‘남자들 못지않게 일을 잘하는구나.’

    이재영은 김연자에게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밤에는 집에 들렀다.

    김경숙은 무엇 때문인지 얼굴이 굳어 있었다. 이재영이 신문을 보고 자리에 눕자 그녀가 스스로 이불 속으로 들어왔다.

    아이를 둘이나 낳은 여자였다. 몸이 풍만했다.

    “별일 없지?”

    이재영은 김경숙에게 올라가 엎드렸다. 김경숙이 두 팔로 이재영을 껴안았다. 그녀의 몸이 뜨거웠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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