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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91) 제25화 부흥시대 101

“어떻게 잊겠어?”

  • 기사입력 : 2020-03-13 07: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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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이 김경숙의 위로 올라갔다. 그녀에게 엎드려 눈을 들여다보았다.

    “언제 갈 거야?”

    “내일이요. 그런데 두 마음이니 어떻게 해요? 회장님과 함께 살고 싶기도 하고….”

    김경숙이 말끝을 흐렸다. 두 마음이라고 했다. 그 말이 진심일지도 모른다.

    “남편에게 돌아가.”

    이재영은 김경숙을 보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보내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왜요? 제가 싫어요?”

    “싫은 게 아니라 그게 도리야. 전쟁이 끝나가니 제 자리로 돌아가야지. 전쟁이 아니면 우리가 만났겠어?”

    “회장님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김경숙이 이재영의 등을 껴안았다. 이재영이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얹었다.

    “한때의 추억으로 간직해야지.”

    “회장님도 저를 기억해 주실 거예요?”

    “어떻게 잊겠어?”

    “아아 회장님이 너무 좋은데….”

    김경숙이 이재영을 더욱 바짝 끌어안았다.

    김경숙은 이튿날 아침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 이재영은 그녀에게 봉투를 하나 마련해 주었다.

    이재영은 김경숙이 남편에게 돌아가자 기분이 미묘했다.

    ‘일이나 열심히 해야지.’

    이재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전쟁 중이고, 화폐 개혁은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재영은 일단 자문회의를 구성했다. 경제학과 교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법학과 교수도 한 사람 참여했다. 그들에게는 매달 일정액의 자문료를 지급하기로 했다.

    가을이 끝나갈 무렵 아들 이성식이 제대했다. 그는 몇 달 동안 쉰 뒤에 일을 하겠다고 했다.

    이철규는 제사공장을 인수했다. 사장에는 공장장인 정태원을 임명했다. 제사공장은 기술자를 찾고 여공들을 모집했다.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이재영은 며칠에 한 번씩 충주를 다녀와야 했다.

    기술자를 구하는 일이 어려웠다.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기술자와 여공을 모집하고, 생사를 생산하면 판매처도 필요하게 된다. 회사는 판매부를 갖추어야 한다.

    이재영은 건설회사를 설립했다. 화폐개혁이 실시될 것이기 때문에 자금을 보관하고 있는 것이 좋지 않았다. 건설회사 설립에 이어 박불출의 은행을 통해 여관을 인수했다. 남산에 있고 부지가 넓었다.

    “여관은 왜 인수하셨어요?”

    김연자가 물었다. 이재영은 김연자와 함께 남대문에서 해장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남대문에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게 될 것이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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