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6월 20일 (목)
전체메뉴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22) 지지불태(知止不殆)

- 멈출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 기사입력 : 2020-03-31 08:04:53
  •   

  • 옛날 분들이 흔히 하던 말에 이런 말이 있다. “그림이 좋은지 안 좋은지 알아보기 어렵지만, 그림보다 더 알아보기 어려운 것이 글씨고, 글씨보다 더 어려운 것이 시(詩)이고, 시보다 더 어려운 것이 문장이고, 문장보다 더 어려운 것이 책이고, 책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람이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 제일 어려운 일이란 말이다.

    선거철이 되면 각 당에서는 후보를 내기 위해서 공천(公薦)을 해야 한다. 옛날 힘이 있는 당 대표는 자기 뜻대로 해도 반항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당 대표라도 그럴 힘이 없으니, 대개 공천위원회를 만들어 공천을 한다.

    오늘날은 공천을 신청한 사람들의 자질이나 경력 등이 거의 평준화돼 있어, 각 당 공히 공천을 하기가 정말 어렵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기계적 수치에 의한 평가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히 신청자 가운데 공천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승복하지 않는 경우는, 어느 모로 봐도 공천 받은 사람이 떨어진 자기만 못 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억울하기 그지없다.

    공천에 떨어진 경우, 반응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깔끔하게 수용하는 사람, 억울하긴 하지만 할 수 없이 수용하는 사람, 탈당해 출마한다고 선언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사람, 끝까지 출마하는 사람 등이다. 탈당해서 출마한 사람의 대부분은, 자신도 떨어지고, 자기 당의 사람도 떨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살아 돌아와 다시 당에서 자기 위치를 회복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이렇기 때문에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하는 사람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아무 흠도 없고 능력도 있는 자신에게 공천을 안 주니,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금 더 크게 마음을 가지면, 후배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도 있다. 자기도 4년 전, 8년 전, 혹은 10여 년 전 공천을 받을 때 당의 중진을 재끼고, 별 이름도 경력도 없이 운 좋게 공천을 받았다. 그러자 자기 앞의 선배 의원이 무소속 출마하니 어찌니 하여 마음을 졸인 적이 있었다. 자기 아니라도 다른 사람도 자기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은, 4년, 8년, 12년, 혹은 그 이상 좋은 자리를 누렸으니, 다른 사람이나 후배에게 양보해도 크게 손해 보는 것은 아니다.

    ‘노자(老子)’에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止不殆)”라는 말이 있다. 우리 속담에, “고소하게 먹으려고 하다가 태운다.”는 말이 있다. 적당한 위치에서 멈추면 지금의 명망이나 경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조금 더 하고 욕심을 내다가 앞에 쌓은 훌륭한 경력까지 다 망치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김기춘, 박희태 같은 분들은 성공적인 정치생애를 보냈는데, 마지막 관직을 맡는 바람에 앞에 쌓아올린 공적을 다 망쳐버리고 말았다.

    * 知 : 알 지. * 止 : 멈출 지.

    * 不 : 아니 불. * 殆 : 위태할 태. 거의 태.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