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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3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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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25) 일패도지(一敗塗地)

- 단번에 실패하여 상처로 땅에 피 칠을 하다. 처참하게 패배하다

  • 기사입력 : 2020-04-21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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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시황(秦始皇)이 기원전 221년 중국 최초의 중앙집권제 국가를 세웠다. 그러나 통일한 11년 만에 진시황은 죽었고, 그 해부터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나 207년 진나라는 망했다. 맨 처음 반란을 일으킨 사람은 진승(陳勝)이었는데, 사방에서 호응했다.

    진나라의 고을 원들도, 반란군에 붙는 경우가 많았다. 한(漢)나라의 시조가 된 유방(劉邦)의 고향인 패현(沛縣)의 고을 원도 진승에게 호응하기로 했다. 그 때 패현의 아전으로 있던 소하(蕭何)와 조참(曹參)이 원에게, “그냥 호응하면, 백성들이 따르지 않을 수 있으니, 피신한 유방을 불러 들여 그 힘을 빌리면, 백성들이 복종할 것입니다.”라고 건의했다. 유방이 나타나자, 고을 원은 마음이 변하여 성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 때 유방은 천하의 정세를 설명하는 편지를 써서 화살에 꽂아 성안으로 날려 보냈다. 성 안의 사람들이 원을 죽이고, 유방을 맞이했다. 고을 사람들이 유방을 원에 추대했다. 유방은, “세상이 어지러워 각 지역의 영웅들이 막 일어나고 있소. 이런 때 장수를 잘못 두면 단 번에 패배해 시체가 으깨져 땅바닥에 바르게 될 것이오. 이 일은 큰일이니, 사람을 잘 골라 추대해야 할 것이오.”라고 사양했다.

    그러나 유방은 원으로 추대됐고, 한(漢)나라를 세웠다. ‘장수를 잘못두면 그 시체의 피가 땅 바닥에 바르게 될 것이다.’라는 유방의 말은, 마치 지난 4월 15일 선거에서 참패한 통합미래당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말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했는데, 미래통합당은 103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개헌을 빼고는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협조를 구할 필요 없이 모든 안건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었고, 미래통합당은 어떤 안건에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없는 처참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잘한 것도 아닌데, 결과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첫째 지도력 부재다. 당 대표가 한 번도 선거를 치러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맡아 선거를 옳게 지휘하지 못 했다. 당대표가 결단력이 부족해 선거 전날까지 이랬다저랬다 하니, 무슨 지휘가 되겠는가?

    둘째 공천을 잘못했다. 선거는 당선되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다. 별 흠이 없는 다선의원들을 아무 이유 없이 잘라버리고, 특징 없는 신인들을 우대했다.

    셋째는 준비가 늦었고, 선거운동이 너무 소극적이었다.

    넷째 시대의 흐름을 너무 몰랐다. 집권당의 정책에 반대만 해서는 안 되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 했다.

    당지도부가 완전히 괴멸된 상황에서 다시 재기하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 각자 개인적인 집착을 버리고, 비상한 결심으로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새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 一 : 한 일. * 敗 : 패배할 패.

    * 塗 : 바를 도, 길 도. * 地 : 땅 지.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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