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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폐교 해법, 지자체에서 찾는다- 허충호(사천고성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20-04-23 20: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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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자어 폐(閉)자는 문를 열 수 없도록 빗장을 문 한가운데 걸어놓은 형상을 본뜬 글자다. 상대어는 연다는 뜻의 개(開)다. 문의 빗장을 두 손으로 밀어내는 형상이다. 이들 두 글자의 순서는 항상 개폐다. 일단 열어야 닫히는 것이다. 닫힌 것은 다시 열린다는 게 자연의 이치일 수 있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농어촌지역은 물론 도시지역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폐교가 그런 것 중 하나다.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백여 년이 지난 학교들이 폐교의 지위로 떨어지면 교명은 남을지언정 학교는 사라지는 운명을 맞는다. 폐교는 그래서 늘 아련한 추억과 아쉬움의 소재가 된다.

    지난 2019년 말 현재 도내 폐교는 581개다. 1999년 제정된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으로 폐교시설과 부지를 개인이나 단체에 매각·임대할 수 있게 되면서 그간 326개는 매각됐다. 162개가 임대나 자체 활용, 반환 등의 방식으로 처리됨으로써 남은 건 전체의 16%정도인 93개다.

    고성의 경우 지난 1980년대 48개였던 초등학교가 19개로 줄었고, 12개의 중학교 중 3개가 폐교했다. 통폐합된 학교를 포함해 폐교 건물은 도내 6%인 35개다. 이 중 21개 교는 매각되고 대부나 자체 활용을 제외한 미활용 폐교는 4개다.

    익히 알다시피 폐교는 관리 비용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많은 문제로 지적된다. 덩그러니 남은 학교 건물은 정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당국은 매각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고 싶겠지만 원매자가 쉬 나타나지 않거나, 일부 지역민들이나 동문회 등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사례도 많다.

    이 과정에서 고성교육지원청이 폐교된 마암면 소재 구 삼락초등학교를 가칭 ‘고성미래교육센터’로 조성해 미래형 목공소, 피지컬 컴퓨팅, 발명교실, 드론장 등으로 활용키로 한 것은 매우 눈길 가는 일이다. 센터형 마을 학교로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지역민과 함께하는 미래교육공간으로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구상도 의미 있다.

    여기서 고성군을 비롯한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민간이 폐교를 매입해 수익용도로 재활용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에서다. 사유화된 폐교가 수익만을 추구하는 시설로 재개발되면서 동문회나 지역민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차라리 지자체가 적정한 예산으로 매입해 이를 주민들이 공유하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승화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지난 2017년 상리중학교를 고성군이 매입해 주민복지시설로 다시 숨 쉬게 한 것이 그런 사례 중 하나다.

    폐교 문제 해법을 지자체에서 찾는 것, 그게 열렸다 닫힌 공간을 제대로 다시 여는 길이다.

    허충호(사천고성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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