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에 저항하다 가해자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한 여성이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한다.
부산여성의전화는 최말자(74·여)씨가 6일 강간 가해자에게 상처를 입힌 혐의로 자신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자료사진./픽사베이/최 씨는 18살이던 1964년 5월 성폭행을 시도하던 당시 노모(21)씨 혀를 깨물어 1.5㎝가량 자른 혐의(중상해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재판 과정에서도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당시 최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묵살당했으며 오히려 검찰로부터 가해자와 결혼할 것을 종용받는 등 강압적 수사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당했고 가족들의 냉대와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뎌내며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당시 법원에서도 2차 피해가 이어졌는데 법원은 최 씨에게 “처음부터 피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 피고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는가”라고 묻는 등 심각한 2차 가해를 했다.
이 사건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100년사를 정리하며 1995년 발간한 ‘법원사’에도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소개됐다.
최씨는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18년 용기를 내 부산여성의전화를 찾았고 상담 끝에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재심을 청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부산여성의전화 관계자는 "당시에는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서 최 씨처럼 한을 품고 살아온 여성이 많을 것이다. 이런 여성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고 당당하게 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최 씨가 56년 만에 재심 청구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한근 기자 kh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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