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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1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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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37) 교학상장(敎學相長)

-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 서로 성장한다

  • 기사입력 : 2020-07-21 0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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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한학연구소장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팔린 영어 학습 참고서는 ‘정통종합영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1500만 권 정도 팔렸다. 1967년에 나왔는데, 1977년부터는 ‘성문종합영어’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 저자는 송성문(宋成文) 선생이다. 원래 북한 출신으로 6·25사변 중에 단신 월남해 통역장교로 근무하다가 중등교사자격시험에 합격해 60년대부터 마산고등하교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1965년 영어교사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뉴질랜드에 1년 파견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그 시험에 합격해 연수를 가서 영국과 일본 등지의 참고자료를 많이 가져와 저술한 책이 ‘정통종합영어’였다.

    1967년께에 당시 최일류 고등학교인 서울고등학교로 발탁돼 갔다가, 다시 1년 만에 경복학원에 발탁돼 갔는데, 그 당시 그의 한 달 월급은 500만원이었다. 당시 500만원은, 서울시내 좋은 집 세 채 값이었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회사 설립할 때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했다.

    그 뒤 그는 성문사라는 출판사를 차려 자기가 지은 영어참고서 5, 6종을 판매해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한다. 이 돈을 문화재급 고서적을 구입하는 데 썼다. 수집한 서적을 국립박물관에 기증을 하였는데, 그 가운데 국보 4점, 보물 22점 등 가치 있는 문화재가 많았다.

    마산고등학교 24회 졸업생들이 졸업 40주년 기념식을 2005년 마산에서 열었는데 이때 송 선생을 초청하였다. 어떤 졸업생이 송 선생에게 “선생님께서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제일 잘 하시지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 선생은 정색을 하면서 “아니야! 바로 여러분 동기생인 김종철 군이 우리나라에서 영어를 제일 잘 해. 내가 마산고등학교에 재직하는 동안, 김군이 매일 날카로운 질문을 해서, 내가 김군의 질문에 답하려고 밤새도록 공부했어. 내일 학교에 가면 김군이 또 무슨 질문을 할까 늘 두려웠지. 그러다 보니 내 실력이 계속 늘었지. 나를 이 정도 수준으로 만들어 준 사람은 김군이야?”라고 했다.

    김종철이라는 분은, 그 뒤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영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예기(禮記)’ 학기편(學記篇)에 “배워본 그런 뒤에 부족함을 알고, 가르쳐 본 그런 뒤에 곤란함을 안다. 부족함을 안 그런 뒤에 스스로 반성하고, 곤란함을 안 그런 뒤에 스스로 강화할 수 있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서로 성장한다’라고 하는 것이다.(學然後知不足, 敎然後知困. 知不足然後能自反也, 知困然後能自强也. 故曰, ‘敎學相長’也)”라는 말이 있다.

    교사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보다는 학생과의 질문토론을 통해서 더 확실한 교육이 되는 것이다. 학생도 강의를 듣기만 하지 말고, 예습을 해서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면 훨씬 얻는 바가 클 것이다.

    교사나 교수가 학생을 가르칠 뿐만 아니라, 학생도 얼마든지 교사나 교수를 성장하게 할 수 있다.

    * 敎 : 가르칠 교. * 學 : 배울 학.

    * 相 : 서로 상. * 長 : 길 장. 자랄 장.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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