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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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만 양식피해 현장 어민 한숨만 가득

[르포] 진해·당동만 양식장 집단폐사 현장
홍합 이어 가리비·굴·멍게 다 죽었다… 진해만 양식장 초토화
가리비·굴 등 죽어 껍데기만 수북

  • 기사입력 : 2020-08-13 21: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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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일 오전 고성군 당동만 앞바다.

    김정호(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 국회의원과 백두현 고성군수, 박용삼 군의회의장, 옥은숙 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진해·당동만 어업피해 해역을 방문한 현장에선 어민들의 한숨소리가 가득했다.

    굴이 매달려 있는 수하연을 들어 올리자 하수구 썩은 냄새가 먼저 올라왔다. 지난 3월 채묘를 붙여 키운 것들이지만 모두 입을 벌린 채 썩은 상태로 달려 올라왔다.

    봉암어촌계 정정열씨는 “이것도 보시라”며 그물망 속 가리비를 들어 보였다.

    고성군 거류면 봉암어촌계 정정열씨가 폐사돼 썩고 있는 굴 수하연을 들어보이고 있다.
    고성군 거류면 봉암어촌계 정정열씨가 폐사돼 썩고 있는 굴 수하연을 들어보이고 있다.

    그물망 속에 들어있는 2㎝ 크기의 가리비는 폐사한 상태로 모두 입을 벌리고 있었고 작은 힘에도 부서져 나갔다. 폐사하지 않았다면 올겨울까지 5㎝ 이상 자라 위판될 것들이다.

    미더덕 양식그물 역시 마찬가지. 그물에 다닥다닥 붙어 있어야 할 미더덕은 모두 폐사해 녹아버리고 빈 그물만 남아 있는 상태다.

    정정열씨는 “폐사가 시작된 지 1주일 넘었고 처음엔 밑에서 죽기 시작해 위로 올라오면서 죽고 있다”며 “며칠 전에는 바다의 썩은 냄새가 더 심해져 동네까지도 지독한 냄새가 났다”고 말했다.

    경남도 등 수산당국은 진해만의 양식생물 폐사 원인을 산소부족 물덩어리(빈산소수괴)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6일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진해만의 용존산소는 0.38~2.70㎎/L 수준이었다. 특히 내만 깊숙한 해역인 당동만과 진동만은 용존산소가 0에 가까웠으며 산소부족 물덩어리 두께도 최대 20m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류는 4~5㎎/L, 패류는 5.4㎎/L 이상의 용존산소가 필요하고 굴은 3.2㎎/L, 멍게는 2.6㎎/L 이하일 때 폐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도 이인석 어업진흥과장은 “긴 장마로 육지에서 많은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 예년에 보기 힘들만큼 큰 규모의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피해 확산이 없도록 1건이라도 즉시 피해규모를 파악하고 최대한 빠르게 피해복구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진해만 해역의 양식어업 피해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일 조사에서 피해건수 528건 397㏊, 피해금액 38억4700만원이던 것이 이틀 뒤인 12일엔 피해건수 390건 579㏊, 피해금액 44억6800만원으로 늘었다. 이미 진해만 해역 전체 양식면적 2229㏊의 25.7%가 피해를 입어 양식생물이 폐사한 상황이다.

    품종별로는 홍합 159건, 굴 135건, 멍게 78건, 미더덕 12건, 가리비 6건 등이 피해를 입었으며 지역별로는 창원시 139건, 거제시 175건, 고성군 71건, 통영시 5건이다.

    하지만 피해복구와 관련된 제도의 허점이 많아 실질적인 피해복구는 힘들 전망이다. 자연재난 조사지침에 따르면 미더덕의 경우 인공채묘가 아닌 자연채묘를 통해 양식한다는 이유로 피해금액이 0으로 산정되고 있다. 가리비도 5㎝ 이상인 개체만 피해금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이번 폐사에 따른 피해는 0인 실정이다.

    김진석 당동어촌계장은 “미더덕 양식어민들은 1년 동안 미더덕 출하만 바라보는 영세한 어민들인데 피해금액이 0이라는 말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라며 “올해 피해는 넘긴다 치더라도 올해 피해로 내년에 미더덕 씨가 붙을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문관 신화어촌계장은 “미더덕 키운지 10여년이 넘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집중호우로 물난리를 난 곳이 많다 보니 정치권과 언론 등 모든 관심이 육지 피해에만 쏠려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산소부족 물덩어리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3㎎/L 이하인 물덩어리다. 해수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내만에서 표층과 저층의 수온차가 큰 시기인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다. 표층수와 저층수가 수온이 달라 층(경계)을 이루면서 잘 섞이지 않을 때 표층의 산소가 저층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저층에서부터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생긴다. 진해만은 거제도에 갇혀있는 내만이어서 해마다 5월 말 경에 산소부족 물덩어리가 발생해 가을철 소멸되는 해역이다. 그러나 산소부족 물덩어리로 양식생물이 대규모 피해를 입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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