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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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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36)

- 익히다 가까운 자디잘다 떪 일함 끌어당기는 힘

  • 기사입력 : 2020-09-15 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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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17쪽부터 1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7쪽 첫째 줄에 ‘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을 드린 적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보시는 분을 생각해서 다시 말씀을 드리자면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 흔히 쓰는 ‘기능’과 비슷한 뜻으로 옛날 배움책에서는 ‘하는 일’이라는 쉬운 말을 썼다고 하겠습니다.

    셋째 줄에 ‘이은 것이다’가 있습니다. 이 말도 요즘 배움책에는 ‘연결한 것이다’처럼 쓰는데 ‘연결한’보다 ‘이은’이 아이들에게는 훨씬 쉬운 말입니다. 넷째 줄에 있는 ‘전화 걸기를 익히자’에 나오는 ‘익히자’도 요즘 배움책이라면 ‘연습’이라는 말을 썼지 싶습니다. 다섯째 줄에 있는 ‘가까운’도 요즘 많이 쓰는 ‘근처’라는 말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일곱째 줄에 나오는 “송화기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에서 ‘어떻게 되어 있는가?’도 요즘 배움책나 다른 책에는 ‘송화기의 구조’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어진 여덟째 줄과 아홉째 줄에 걸쳐 있는 “송화기를 풀어서, 그 얼개를 살펴보기로 하자.”도 요즘 책이었다면 “송화기를 분해하여 그 구조를 관찰해 보기로 하자.”처럼 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열째 줄에 있는 ‘자디 잔’이라는 말과 열둘째 줄에 있는 ‘얇은’도 아이들이 알기 쉬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7쪽 첫째 줄부터 나오는 송화기를 풀이하는 월인 “송화기 앞에서 말을 하면 말소리는 공기를 떨게 하고 이 공기의 떪으로 말미암아, 갑 속의 탄소알은 세게 눌렸다. 약하게 눌렀다 한다.”에서 ‘송화기’, ‘공기’, ‘갑’, ‘탄소’, ‘약’을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요즘 배움책이나 다른 책에서 많이 쓰는 ‘진동’이 아니라 ‘떪’이라는 말을 쓰고 있으며 ‘말미암다’는 토박이말까지 쓰고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여기서는 ‘세게’와 맞서는 말로 ‘약하게’를 썼지만 음악 교과에서 쓰는 ‘여리게’를 썼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열넷째 줄에 있는 ‘일함으로써’의 ‘일함’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기능’을 써야 할 때나 ‘작용’이라는 말을 써야 할 때 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다섯째 줄과 열여섯 줄에 걸쳐 나오는 ‘끌어당기는 힘’도 ‘인력’이라는 말을 쉽게 풀어 쓴 말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 배움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이런 옛배움책을 보고 어려운 한자말을 토박이말로 바꾸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낱말을 좀 더 쉬운 말로 풀어 쓰는 것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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